2004년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성을 어긴 이유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됐을 때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정세균 의원은 사회봉을 잡은 박관용 의장을 향해 “박관용 의장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장이 아니오”라고 소리쳤었다. 그렇다면 오늘의 정세균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아닌 중립적 위치에 있는가? 국회를 공정하고 균형 있게 이끌어 가야할 대한민국 국회의 의장으로서의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가? 정세균 의장에게 해답을 요구한다.

정세균 의장은 벌써 두 번이나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부쳤다.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게 한 것은 국회의장의 책임이 크다. 정세균 의장의 선배인 정의화 의장은 집권여당 출신이면서도 정부와 새누리당의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고 직권상정도 자제했었다. 그런데 정세균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편을 들면서 편향된 의사진행이 정치적 금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직도 더민주 소속 평의원의 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음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정의화와 정세균은 너무 대조적이다. 20대 국회 개화사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언행으로 유감의 사과까지 하고도 또다시 편향된 의사진행으로 인해 여당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정 의장 자신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다.

국회의장은 정 의원이 소리 높여 외쳤듯이 어느 특정정당의 일개 소속의원이 아니다. 더구나 의사진행을 편파적으로 하여 형사고발의 대상이 되거나 특정정당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자리도 아니다. 중재자로 위장하면서 '맨입으로는 안된다'는 저속한 짓을 하면서 국회를 우롱하는 자리 역시 아니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의 공인(公人)이다. 공인이 자신의 직분을 망각하고 가볍게 처신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국민들이 그렇게 하라고 거대 야당을 만들어 준 것인가? 장소와 직책에 따라 언행이 달라지는 것은 공직자의 태도가 아니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항의하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해 비웃듯이 히죽거리면서 “정 의장은 중재자의 역할을 했다”고 했는데 정 의장이 과연 무슨 중재를 했는가? 박지원 의원은 “국민의 경고”라고도 했는데 어느 국민이 그렇게 경고하라고 했는가? 국회의장이란 자리는 얄팍한 말장난의 대상이 아니다. 존경받는 국민의 대변자이다.

김재수 농림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안 가결이 야당이 주장한대로 정치적 해임인가? 장관에 임명된 지 2주도 안된 국무위원을 차수 변경을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해임 가결시킨 것이 정당한 것이었던가? 야당 일각에서도 김재수 장관 자체로는 해임사유가 안 된다는 의견도 있지 않았는가? 경향신문은 김재수 장관 해임안 가결은 (1) 김 장관의 흙수저 주장에 대한 괘씸죄요 (2) 대통령 독주에 대한 불만이며 (3)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반발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괘씸죄 운운하며 보복적 성격의 해임을 강행한 것이라고 지적한 게 아닌가? 청문회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소명됐고 아직 평가받을 만큼의 직무도 수행하지 않은 상태의 국무위원에 대해 해임안을 제출한 것은 거대야당이 저지른 횡포요, 정치적 폭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정세균 의장, 당신은 공인으로서도 언행이 신중하고 중립적이어야 하지만 특히 이름값도 해야 하지 않는가? ‘세상을 고르게 바라보라’는 세균(世均)의 높은 뜻도 명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을 고르게 보지 못하고 어찌하여 한 쪽만을 쳐다보고 있는가?

정세균 의장, 참 나쁜 국회의장이 될 것 인가 아니면 참 좋은 국회의장으로 이름을 남길 것인가? 그것은 정세균 의장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