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경북 성주를 방문, 대환영을 받았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성주군민들은 “국민의당 반가워요” “어디갔다 이제왔노” 등의 손팻말을 들고 이들 국회의원들을 열렬히 환영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드디어 고질적 망국병인 지역감정이 해소되고 영호남 화합의 길이 열리는 징조가 나타나는 구나’하는 기대도 해본다. 이참에 정치지도자를 자처하는 박지원 의원이 목포 지역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성주군수로 자리를 옮겨서 선정(善政)을 베푼다면 박 군수가 떠날 때쯤에는 성주군민들이 송덕비(頌德碑)라도 세워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그러나 한 가지 찝찝한 것은 국민생존과 안보와 직결된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여 국민의당이 어부지리를 노리며 펼치는 얄팍한 당리당략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큰 착각에 빠지고 말았다. 박지원 의원은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뒤 더불어민주당도 동참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성주에 가서는 성주군민과 함께 투쟁할 것도 약속헀다.

오늘도 북괴는 동해안으로 노동미사일을 쏘았는데 박 의원은 북괴로부터 대한민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도 받았는가? 대한민국의 국익보다 중국의 입장이 우선인가?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과 핵폭탄으로 대한민국과 일본,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이 마당에 국민의당은 과연 북괴와 중국편이나 들고 있을 만큼 여유로운가? 박지원 의원은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박 의원은 김대중 정부가 50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거대자금을 북괴에 송금했을 때 국민에게 알리고 소통한 뒤 송금했던가?

노무현정권 들어 불법대북송금을 검찰이 파헤쳐 박 의원이 구속되면서 소감을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하고 있는가? 박의원은 조지훈의 시 낙화(落花)의 첫 구절인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고 했지만 내심(內心)으로는 마지막 구절인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가 아니었겠는가? 권불 10년의 쓰라림을 맛본 폐족의 참담함을 박 의원은 체험하지 않았던가? 권력을 잃은 자의 비참함을 맛본 박 의원이야말로 안보를 소홀히 했다가 나라가 망하면 국민이 어떻게 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 것 아닌가? 안보문제를 공개적으로 하자는 것은 이적행위나 다름없지 않는가?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까지 거치며 국정최고위직을 거친 박 의원이 철부지 정치초년병들이나 할 만한 가벼운 언행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경륜 있는 정치지도자 가질 처신이 아니다.

박 의원은 중국을 믿을 수 있다고 보는가? 우리가 역사상 외부로 부터 받은 외침(外侵) 960여회 가운데 90%이상이 중국으로부터 당한 것임을 박지원 의원은 알고나 있는가? 고려조에서는 왕후의 간택도 중국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병자호란 때는 인조 임금이 잠실 삼전도에서 무릎 꿇고 항복해야했던 치욕도 당하지 않았던가? 남한산성에 갇혀 있던 인조대왕과 조정대신들은 어떤 처신을 했던가를 박 의원은 알고나 있는가? 당시 대신이었던 최명길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서 이렇게 독백하고 있다.

“…전하. 지금 성(城)안에는 말(言)먼지가 자욱하고 성 밖에는 말(馬)먼지가 자욱하니 삶의 길은 어디로 뻗어 있는 것이며 이 성(城)이 돌로 쌓은 성이옵니까, 말로 쌓은 성옵니까?…”

국가의 안위가 오랑캐인 청나라의 손아귀에 들어 가 있는데도 조정대신들(朝庭大臣)들은 임금 앞에서 말장난이나 하며 놀아난 사실이 역사의 교훈으로 기록돼 전해지고 있다. 안보 문제를 앞에 놓고 선동이나 하고 돌아다니는 오늘의 현실이 1636년 그해 겨울의 남한산성 모습과 다른 점이 있는가? 자칭 이 나라 정치지도자들이여 나라의 앞날을 제발 생각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