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대작(代作) 소란에 이어 화가 이우환의 작품 위작 논란이 미술계는 물론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경찰은 이우환의 작품을 모작한 현(玄) 모 씨와 현 씨로부터 모조 작품을 넘겨받아 유통시킨 이(李) 모 씨를 사서명 위조와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현 모 씨가 이 모 씨에게 보낸 위작품 거래에 대한 ‘내용증명’ 등을 확보함과 동시에 혐의자들이 유통시킨 작품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 이우환의 진작품과 비교할 때 “위작 그림들은 낡은 화폭처럼 조작한 흔적이 보이고 안료의 구성이 다르며 서명과 붓질 필치가 조악하다”는 등의 근거를 제시했다. 또 경찰은 위작 4점에 대한 유통경로와 관련하여 “최종구매자들이 대금으로 지급한 수표 23억 원 상당이 유통책에게 입금됐으며 이 가운데 2000만 원이 위조를 주도한 현 씨 에게 입금된 금융내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대해 이우환 씨는 “작품의 주인인 화가가 먼저 판단을 내리기 전에 수사기관과 국가기관이 위작이라고 판단을 내려 사건을 키운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항변했다. 경찰이 문제 삼는 작품도 진품임을 주장했다.

현 씨 일당이 가짜로 그린 그림은 88점이나 된다는 것이 화랑가에서 소문이 퍼지고 있다. 경찰과 이우환, 둘 중의 하나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결국 이 사건은 위조범들에 대한 법원의 최종확정판결이 내려 질 때 위작논란작품도 그 진위(眞僞)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당국이 각종 증거를 제시하며 위작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는 데 대해 이우환 씨의 주장은 몇 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경찰이 주장하는 증거가 위조혐의범의 주장과 일치하는데도 이 씨는 “내 고유의 호흡과 리듬”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위조책 거래금액을 확인”했는데도 이 씨는 작품제작과 유통내역에 대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경찰의 거듭된 주장과 계속 수사에 대해 화가 이 씨가 상반된 주장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이들도 있다. 미술계 일각에선 작품값 폭락이나 거래 화랑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국화단의 원로인 이우환 화가가 위작 논란에 휘말려 드는 것은 화가 자신은 물론 한국미술발전에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이우환의 작품 위작 논란과 미스터리가 국내 미술품 유통시장에 충격과 문제점을 던지고도 있다. 국내 메이저급 특정 화랑이 옥션(Auction)까지 운영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화랑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고 있고, 이번 위작 논란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몇 년 전 위작논란이 있었던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가 물경 46억 원에 거래되고도 위작 논란에 휩싸여 경락 반환된 사실은 특정 화랑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한가를 보여 준 하나의 사례로 화랑업계에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모(謀) 공중파 방송의 PD가 박수근의 작품 위작사건을 취재 보도한 뒤 보직이 바뀐 사실은 미술계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