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일 10여개의 신문을 읽는 것을 시작으로 새벽을 연다. 내가 읽는 신문은 전국지와 지방지, 경제지, 우파 성향 신문과 좌파 성향의 신문들이다.

신문을 읽으면 세상 돌아 가는 현상을 아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우파와 좌파성향의 신문을 읽으면 같은 내용의 기사라도 기사제목과 시각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경제지는 일반신문이 잘 다루지 않는 경제 기사를  깊이 있게 다루어 유익한 내용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런데 지난 9월 하순부터 신문과 방송 등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동편 미포(尾浦) 지역에 101층 짜리 주상복합 3개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이중 882세대의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10월8일께 오픈한다는 광고 및 홍보성 기사가 각 일간지에 요란하게 등장한 것.

문제의 광고주는 (주)엘00다. 자본금 300억 원 가운데 150억 원이 중국 자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2조 원 대의 공사비가 투입되는데, 18개 금융기관이 1조 7800억 원을 제공한다고 한다.

이같은 사행성 광고가 신문과 방송에 만연하고 있다. 특히 신문의 경우, 5단 통이나 전면 광고로 거의 매일같이 실리고 있다. 광고비는 어림잡아 수십 억 원에서 100억 원대가 넘을 것 같다.

자기 상품을 광고하는 광고주들이 광고를 통해 상품을 완판하고자 판촉을 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광고주들의 요구 앞에 저(低)자세를 보이며 광고유치를 위해 홍보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신문의 비굴한 '양심불량'이야말로 한국 언론의 민낯을 보는 듯하다.

유력 C신문과 지역신문 K지에 실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C지는 40면에 '해운대 엘00 더샵, 오늘 OPEN'이라는 전면광고를 실었다. 광고와 함께 이 신문은 4개면 전면을 할애, '글로벌 뉴시티 해운대 기장'이라는 특집보도를 마련, 해운대와 기장 지역의 발전상을 다루며 문제의 주상복합 건물의 882세대의 아파트 분양을  부각시켰다.

특집이 다룬 기사의 중간제목도 놀라울 정도다. '관광 컨벤션IT 해양레저 핵의학이 융합된 최첨단 복합도시… 한국의 뉴욕이 되고 있다', '주거, 관광, 쇼핑, 레저… 다 갖춘 부산 속 작은 도시', '두 배 커진 해운대 백사장,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변신' 등이다.

이 신문은 주상복합 건물 홍보 기사를 다룬 뒤 4면에 국제영화제, 현대미술의 거장(巨匠) 전용 전시장 홍보 내용을 비롯해 '평당 7194만 원… 사상 최고가 아파트 나왔다'라는 기사도 실었다.

다음은 지역 신문 K지의 기사다. 이 신문은 '엘00'에 대해 지난 7일 특집기사로 다룬 뒤 8일에는 16면에 5단 통단 광고와 함께 속보 형식으로 '인기 예감 144평방미터형, 분양가 평균 15억수준'이라고 다뤘다. 문제의 '엘00'의 분양가는, 부산지역의 분양가 가운데 최고가로 평가되고 있다.

신문이 광고주 앞에 허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광고비 챙기기에 급급하면 아파트의 분양가는 따라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일부 신문은, 自社가 개최하는 달리기 등 각종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까지 보도하며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비싼 구독료를 지불하면서 유익한 기사읽기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自社 행사소개나 하는 신문사의 몰지각한 행태는 척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