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이런 식으로 親日로 매도하면 그 어떤 것도 살아남지 못할 것. 지난 8월15일 KBS에서 방영된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해방 전후 널리 불려진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를 소개했다.

‘귀국선’, ‘감격시대’, ‘전우야 잘 있거라’, ‘손에 손잡고’, ‘서울찬가’ 등이 그것이다. 이중 ‘감격시대’는 강해인 작사, 박시춘 작곡하고 가수 남인수 씨가 노래한 가요로, 경쾌한 리듬의 곡이다. 가사는 이렇다

<거리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 숨쉬는 거리다/미풍은 속삭인다 불타는 눈동자
불러라 불러라 불러라/불러라 거리의 사랑아/휘파람 불며 가자 내일의 청춘아

바다는 부른다 정열이 넘치는 청춘의 바다여/깃발은 펄렁펄렁 바람세 좋구나
저어라 저어라 저어라/저어라 바다의 사랑아/희망봉 멀지 않다 행운의 뱃길아

잔디는 부른다 봄향기 감도는 희망의 대지여/새파란 지평천리 백마야 달려라
갈거나 갈거나 갈거나 갈거나 잔디의 사랑아/저언덕 넘어 가자 꽃피는 마을로>

‘감격시대’는 어려웠던 시절 우리 국민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던 노래이자 소중한 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親日 논란에 휩싸여 ‘일본 찬양곡’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김영삼 정부는, 親日잔재 청산 작업의 하나로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중앙청 건물을 1995년 8·15광복절 기념식날 철거했는데, 이때 오케스트라가 ‘감격시대’를 연주했다. 당시 <한겨레신문>은 親日가요이자 ‘皇軍歌(황군가)’격인 ‘감격시대’를 연주한 것을 비판했다. 음악평론가 강헌 씨도 그의 저서에서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감격시대’를 연주한 것은 프랑스 독립기념일에 나치의 노래를 연주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反論도 있다. 가사 어디에도 친일이나 일본 天皇에 충성을 강요하는(또는 은유적으로 빗댄) 구절은 없다. ‘감격시대’의 노랫말을 보면, 어떤 대상에 대한 강한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 지향점이 조국의 광복이며, '희망봉' 역시 광복을 성취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시절, 전쟁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우리 국민이 즐겨 부르며 위안을 얻었던 ‘감격시대’가 어떻게 親日 논란에 휩싸였는지 의문이다. 작곡가 박시춘 씨의 親日 행적이 불거지면서부터 그런 오명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親日로 매도하면 그 어떤 것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