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자들은 자유진영이 유화책을 쓰면 공격적이었고 자유진영이 강경하게 나서면 반대로 부드럽게 나왔다"

김종필 前 총리가 중앙일보에 연재중인 회고록 ‘소이부답(笑而不答)’에서 역사적 사실을 많이 증언하고 있다. 그 많은 증언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이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에게 경고한 월남패망에 대한 한 마디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1973년 11월16일 당시 美국무장관 헨리 키신저가 한국을 방문, 박정희 대통령을 예방했다.김종필 총리도 함께 있었다. 키신저는 朴대통령에게 파리협정을 설명했다. "앞으로 월남엔 물자와 장비를 지원해서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이제 월남과 월맹은 평화적으로 대치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월남의 평화를 만들어 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종필은 속으로 이 자(者)가 정말 공산주의자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박대통령이 "이보시오, 미스터 키신저, 잘된 거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질문의 의미를 이해 못한 키신저가 대통령의 얼굴만 멀뚱히 쳐다봤다. 그러자 朴 대통령이 냉정한 어투로 딱 잘라 말했다.

"이제 월남은 끝났구먼, 끝의 시작이오"라고 경고했다. 키신저는 놀란 눈으로 "끝나다니 무슨 뜻입니까?"라고 물었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정전협정을 했다고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은 가만히 있을 족속들이 아닙니다. 미군(美軍)이 다 철수했으니 월맹이 본격적으로 침공을 시작할 겁니다. 월남군은 막지 못합니다. 남쪽은 이제 평화가 왔다고 민주주의 운운하면서 미국 원조나 기다리고 있겠지만 월맹에선 이제 월남통일이 눈앞에 보인다 할 꺼요"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 5개월 14일 만인 1975년 4월30일 오전 10시14분 월남의 두옹반 민 대통령은 항복을 선언했고 월맹군의 탱크가 사이공 월남대통령 관저의 철문을 부수고 쳐들어가 월맹깃발을 올렸다. 박정희 대통령의 예언은 적중했다. 일본의 시사평론가 ‘하세가와 게이타로’는 공산주의자들은 자유진영이 유화책을 쓰면 공격적이었고 자유진영이 강경하게 나서면 반대로 부드럽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문제에서도 우리는 분명히 목도했다. 우리가 개성공단 폐쇄까지도 다짐하며 강경하게 나섰을 때 북한은 슬그머니 물러섰다. 역사적 교훈을 망각한 국민에겐 멸망만 있고 처참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국민에겐 번영이 있음을 우리는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