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槿惠 대통령님, 세월이 참 빨리 갑니다. 甲午년이 벌써 다 가고 乙未년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에서 대통령께 꼭 올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졸필을 들었습니다.
   저는 1988년 11월 대통령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 회장님 자격으로 9년간의 칩거를 깨고 세상에 다시 나오셨을 때였습니다. 저는 주간조선 차장대우로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대통령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대통령님은 두 시간 동안 두 손을 무릎에 얹고 꼿꼿한 자세 한 번 흐트러트리지 않은 채 인터뷰에 응해 대단한 정력(定力)을 가지신 분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2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때의 놀랐던 인상(印象)을 지금껏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 저는 대통령님의 행적을 눈여겨봐왔습니다.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되던 때, 신당을 만들어 나갔을 때, 복당(復黨)했을 때, 2007년 李明博 전 대통령과 경선(競選)하던 때 등 말입니다. 그런 만큼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되셨을 때, 가까운 이웃이 경사를 맞은 때처럼 진정 축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 2월25일 이후, 저는 대통령께 상당히 실망하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올 4월 이후에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고 할까요? 그 구체적이고 세세한 이유는 생략하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평범한 인간 朴槿惠로서의 모습을 잃지 마셨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아버지 朴正熙 전 대통령과 어머니 陸英修 여사의 핏줄을 이은 조카 세현이가 얼마나 보고 싶으십니까. ‘보물 1호’라면서요. 새로 태어난 둘째 조카는 또 어떻고요. 특히 명절이나 부모님 기일(忌日)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주위의 시선 때문에 참아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 비인간적입니다. 헤어져 있다가도 명절에는 가족과 일가친척을 만나고 찾아보는 것이 우리 고래(古來)의 좋은 전통이요,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닙니까.
   내년 正月이나, 설날에는 형제, 그리고 그 가족들을 공개적으로 청와대로 불러 차례(茶禮)도 지내고 명절놀이도 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시기를 소망해 봅니다. 대통령님의 파안대소(破顔大笑)는 참 보기 좋습니다. 정치는 모두에게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어렵지만 이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누가 뭐라고 하려면 하라고 하십시오.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라면 망설이지 말고 하십시오. 명절 때 누구나 다 하는 그런 상사(常事)를 시비하는 이들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 가지만 덧붙인다면 평소에도 일과(日課) 시간 이후엔 보고서에만 파묻혀 있지 마시고,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휴식시간도 갖도록 하세요. 과거에 신세진 사람들을 만나서 저녁을 사시거나, 폭탄주를 말아 주시는 것도 좋은 여가 보내기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 속에서 서민들의 애환(哀歡)도 들으시고 민심의 동향까지 가늠해 보실 수 있다면 더욱 더 좋은 일이 되겠지요.
   새해에는 나라에 좋은 일만 많이 생기기를 빌어봅니다. 건강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