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중흥의 길
  
  어제 저녁에 식당 하는 친구 하나를 만났는데, 오룡호 사고를 두고 그 친구가 ‘우리 바다에서 죽었으면 또 난리 났을 건데 저 먼 데서 죽어서 조용하네’라며 ‘죽는 것도 잘 죽어야 된다, 요새는 어디서 죽는가도 중요하다’며 씁쓸히 웃어댔다.
  
  사람 손길에 익숙한 돌고래를 바다에 풀어주고 관공서 옥상에서 벌을 키우는 것은 동물사랑이니, 친환경이니 하며 비중 있게 보도하더니 북아현동의 엄청난 크기의 도심 숲이 사라진 사실에 대해서는 벙어리가 된 언론. 北韓에서 고통 받는 國軍포로 문제보다 영화배우 하나가 젊은 여자애들과 노닥거리다 구설수에 오른 사건을 수천 배 크게 취급하는 언론. 환경도 누가 훼손했는지에 따라 달리 취급하고 人權문제도 어떤 진영에 유리한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던 언론이 이젠 사람목숨마저 차별한다.
  
  오룡호 사고에 대한 언론의 홀대가 너무 심하다. 이에 대해 조갑제 기자는 3일 "옛날 사회부 기자들은 가장 큰 기사는 사람이 죽는 사건이라는 신념으로 뛰었다. 인간 생명이 사라지는 것 이상의 큰 뉴스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위의 편집자들은 53명이 떼죽음할지도 모르는 사건을 은동전 발굴이나 뺨맞은 여배우 사건보다 작게 다룬다. 여기서 한국 언론의 독특한(이상한) 뉴스 밸류 척도를 엿볼 수 있다."며 "50여 명의 생명값이 그것밖에 안 되는가? 한국 언론의 非윤리성을 개탄한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스크랩 해두었던 기사 하나가 생각나 옮겨본다.
  
  『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은 25일 무역진흥확대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점차 산업사회화해감에 따라 예기치 않던 대형 사고가 일어나고 그로 말미암아 人命(인명)의 피해를 입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원인은 첫째 취급 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平時(평시)의 관심이 희박한데 있고 또 모든 규정은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감독해야할 기관이나 책임자들이 감독을 소홀히 한데 주된 원인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朴 대통령은 “화재, 열차 폭발사고, 교통망 발달로 인한 고속버스 승용차 트럭충돌 사고와 인명피해, 광산 坑內(갱내) 광부안전대책 미비로 인한 사고 등이 빈발하고 있는데 이는 따지고 보면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없는 不可抗力的(불가항력적)인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朴 대통령은 “要(요)는 규정을 준수하고 감독기관이나 책임자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서 감독지도를 철저히 한다면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사고들”이라고 전제하고 “감독결과 보완이 필요하다면 이에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朴 대통령은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제까지 사고가 안 났으니 괜찮겠지 하는 관념이야말로 위험천만한 것”이라고 말하고 “지금까지 규정을 안 지켰어도 무사했다고 생각하는 타성은 언젠가는 꼭 사고를 내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朴 대통령은 “이제까지 무사했던 분야라고 해도 모든 규정을 다시 따져보고 즉각 是正(시정)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고 “우리 사회가 산업사회화 함에 따라 조직이 복잡해지고 위험물취급이 많아지는데 경험 · 관심 · 감독의 부족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쉬우니 무엇보다도 귀중한 인명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朴 대통령은 “우리 옛글에도 天地間(천지간)의 萬物(만물) 중 제일 귀중한 것이 사람이라는 구절이 있고 또 우리 한국인은 예부터 人命(인명)을 무엇보다도 존중하는 民族(민족)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77. 11. 25. 京鄕新聞) 』
  
  이번 船舶(선박)사고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 만한 기사거니와 朴正熙 전 대통령이 강조한 人命(인명)에 대해 朴 전 대통령에게 무턱대고 비판적이던 요즘 기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하여 옮겨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