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神은 죽었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인간사를 섭리하는 神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인간은 흥하든 망하든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만사를 神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인간 중심으로 삶을 영위하라는 것이다.
  
  위대한 해양소설 《白鯨(백경·Moby-Dick)》의 작가 멜빌은 인간은 ‘우주의 고아’라고 하였다. 모든 것을 책임지고 보살펴주고 보호해주는 부모가 없으니 고아처럼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의 大家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고 說破(설파)하였다. 인간은 神이 사라진 부조리한 우주의 황무지에 放棄(방기)된 아기와 같은 존재이니 각자가 알아서 자기 인생은 자기가 개척하라는 것이다. 즉 신이 아닌 인간중심으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우리의 先代(선대)들은 남 탓을 잘 하지 않았다. 보릿고개에 草根木皮(초근목피)로 연명하여도, 평생을 匹夫匹婦(필부필부)로 풀이 죽어 살아도, 탐관오리들의 무자비한 討索(토색)질을 수 없이 당해도 배우지 못해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까막눈으로 살아도 누구를 탓하지 않았다. 임금님도, 부모도, 하늘도 원망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못나서, 내가 가난해서, 내가 박복해서, 내 팔자가 험해서 못 산다’면서 자신을 탓하지 남을 탓하지는 않았다. 극소수의 反骨(반골)을 빼고는 주어진 삶의 조건에 순응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갔다.
  
  해방 이후 美군정과 6·25 남침전쟁을 거친 한국인들은 실존적이고 초인적이었다. 굶주리고 병들어도 부모를, 나라를, 하늘을, 남의 나라를 원망하지 않았다. 전쟁으로 부모형제 자식을 잃어도, 모든 것이 ‘불타고 다 깨어져도’ 그 모든 고난을 인내하며 살아갔었다. 돈이 없어 학교를 가지 못하여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죽어가면서도 누구를 탓하지도 않았다.
  
  일자리가 없어 지게꾼으로 살아도, 리어카를 끌어도, 식모살이를 하고 머슴으로 살아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누나가 부산의 신발공장에 취직이 되면 온 가족이 즐거워하였다. 형이 美軍부대 하우스보이로 일하게 되면 잔칫집 같았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게 살면서도 그 부모도, 하나님도, 대통령도 원망하지 않았다. 바보처럼 주어진 고난을 인내하며 열심히 살았다. 강냉이 죽이라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면 그걸로 감격했다. 구제품 옷을 입고 있어도 투정하지 않았다. 야간 중학이라도 다니게 되면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다. 공장 굴뚝 하나 올라갈 때 마다 全국민(빨갱이를 제외하고)이 가슴 뿌듯해 하였다.
  
  가난의 고통과 전쟁의 慘禍(참화) 속에서도 남 탓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최선을 다해 살아갔던 先代는 위대하였다. 인간의 위대성은 고통의 용량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위대한 휴머니스트이자 자주적이고 용기 있는 ‘우주의 고아’였다. 하늘도 감동하여 李承晩을 보내서 나라를 세우고 또 朴正熙를 보내서 선진부국을 건설했다. 하늘은 남 탓하지 않고 스스로 돕는 者에게만 萬福(만복)을 내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