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그가 가까이 하고, 그를 이용했던 자들의 실상을 밝히는 한 마디 말이라도 남기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그렇지 못한 게 못내 유감이로구나 유병언은 살아서 세상을 시끄럽게 하더니 죽어서도 말이 많다.

탐욕의 종말이 매실밭 가장자리 풀밭에서 발견된 변사체였다니 참으로 허망하고 허무한 게 인간사인 것 같다. 그 초라한 노숙자의 모습으로 처참하게 누워 있는 그 행색이야말로 거들먹거리고 큰소리치며 당당하던 생전의 유병언이라고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구나.

도망자 신세되어 덧없이 사라질 인생인데 그는 무엇 때문에 천국을 내세워 황금에 집착하고, 나약한 자들에게 구원으로의 안내를 명분삼아 금은보화를 끌어 모았던가?

쑥부쟁이 깔고 누운 그의 주머니엔 돈 한 푼 없었다고 하니. 생전엔 왜 물욕(物慾)의 노예되어 수전노(守錢奴)처럼 돈을 챙겼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으니 그가 살아 생전에 저지른 추악한 범죄에 대해 준엄한 형벌을 내릴길 없어졌으니 측은한 마음만 남는구나. 이승에서는 죄악과 위선(僞善)의 삶이었지만 저승에 가서는 사죄하고 회개해 그로 희생된 원혼(冤魂)들로부터 용서받은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나 살아 있는 자들이 세월호 사고를 정쟁의 명분삼아 자기 편한대로 만들어 내는 꼴불견을 유병언은 듣고나 있는가? 평소 그가 가까이 하고, 그를 이용했던 자들의 실상을 밝히는 한 마디 말이라도 남기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그렇지 못한 게 못내 유감이로구나. 겉으로는 진상조사를 부르 짖으며 속으로는 정쟁(政爭)의 제물(祭物)로 삼으려는 위장세력들이 있다. 그들의 꼼수를 보면서 유병언 씨의 침묵이 아쉽게만 느껴지는 건 비단 나 뿐일까?

그 많던 측근과 조력자도 끝내는 모두 사라진 외롭고 쓸쓸한 적막강산(寂寞江山)에 허공을 바라보며 풀밭에 누웠던 유병언은 마지막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주여, 진정 이사람을 버리시나이까?” 아니면 “주여, 이 불쌍한 종을 용서하여 주시옵고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