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김대중 민주평화아카데미(국제학술회의)’ 방청記: 햇볕정책의 실패는 노무현 때문이다? 지난 주말 2박3일 일정으로 목포를 비롯한 전남 일대를 다녀왔다.

순천, 보성, 고흥, 강진을 거쳐 목포로 들어갔고 돌아올 땐 함평, 나주 쪽으로 나왔다. 보성차밭과 김영랑 생가, 강진 도자기 유적, 해남 땅끝마을 유달산, 운주사 등도 둘러봤다. 신록(新綠)은 푸르고 도로망은 아주 좋았으나, 나주湖의 저수량은 많이 낮아져 있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던 친구도 만나고 호남 민심도 들어본 기억에 남는 남도기행(南道紀行)이었다.

목포는 전남도청이 인근 무안으로 옮겨오고, 대불공단도 입주기업이 늘면서 옛날의 명성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센터도 관람했다. 마침 그곳에서는 ‘제3기 김대중 민주평화아카데미(국제학술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주제는 ‘현대 세계역사 속의 김대중’이었고 부제(副題)는 ‘인물비교를 통해 본 김대중 연구’였다. 비교대상으로는 ‘마하트마 간디’와 ‘등소평’, ‘넬슨 만델라’, ‘베니그노 아키노’, ‘빌리 브란트’ 등이었다.

주제 발표자들의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김대중은 비교 인물들에 비해 손색이 없는 세계적으로 훌륭한 지도자’라는 것이었다. 사단법인 ‘행동하는 양심 광주전남협의회’가 주관한 행사였으니까 학술회의의 성격과 내용은 대충 짐작이 갔다. 특히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에 대한 주제발표와 방청석의 반응이 관심을 끌었다. 이 주제발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햇볕정책의 실패는 노무현 정부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김대중과 빌리 브란트: 변방인들의 삶과 분단극복정책’이란 주제를 발표한 전남대학교 교무처장 최영태 교수의 발표 요지는 이러했다.

‘노무현 정부는 햇볕정책의 기조를 계승하면서도 대북 불법송금혐의로 임동원과 박지원 등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에 관여한 핵심인사들을 감옥에 보냈다. 對北송금 과정에서 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그리고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은 햇볕정책과 대북지원이 국민의 동의를 받지 못한 채 비밀리에, 그리고 일방적으로 퍼주기 형태로 진행되었다고 비난하고 햇볕정책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崔 교수의 발표가 끝나고 종합토론에 들어가자 방청석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야당(당시 한나라당)의 대북송금 특검요구를 수용하고 특검을 통해 對北송금을 밝혀낸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란 동조발언이 나왔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들의 주장대로 세계적인 정치지도자가 국민의 동의도 없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자성하기는커녕 불법을 파헤친 정상적인 法 절차를 비난하는 모습에서 한국 사회의 갈등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절감했다.

‘김대중과 등소평 정치철학 비교’란 주제를 발표한 중국의 중공중앙당교(中共中央黨校)의 조호길(趙虎吉) 교수는 북한정권은 3大 범죄를 저지르며 민족멸망의 길을 겯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북한 주민을 거지, 도둑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배고픔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주민들이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해 병에 걸리고 식량 도둑질을 해야 하는 처참한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발표회가 끝난 뒤 사석에서 만난 趙 교수는 “UN인권보고서가 북한의 11살 미만 어린이들의 30%가 영양실조에 시달린다고 했지만 실제는 이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UN인권보고서는 평안도와 황해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함경도와 양강도, 자강도 등지는 두 지역(평안도, 황해도)보다 훨씬 상황이 심각할 수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