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없고 개념없는 자들에게 기대를 갖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자 새정치연합(새정련)은 기고만장(氣高萬杖)이고, 새누리당은 패잔병 같아 보인다.

6·4지방선거의 전략공천 파문으로 안철수와 새정련이 갈등 상태에 빠졌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이슈화하지 못했다. 새정련은 오히려 정부와 여당을 물어뜯는데 黨力을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무척추 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자중지란에 휩싸였다.

당권도전에 나선 ‘싸움닭’들은 이전투구(泥田鬪狗)에만 열을 올리고, 소위 소장파라 불리는 젊은 초재선 의원들은 문창극 후보자를 비난하는 데 앞장섰다. 새누리당은 전의(戰意)를 상실한 오합지졸이나 다름 없었다. 새누리당 무리들은 敵의 집요한 공격 앞에 총 한번 쏴 보지 않고 백기투항(白旗投降)하는 식이었다. 박지원 의원 한 명 만도 못한 148명의 군졸(軍卒) 같다. 애국투사의 자손을 親日·反민족자로 매도하는데 집권여당은 지레 겁부터 먹고 꼬리를 내린 셈이다.

박지원 의원이 큰소리치는데 반해 새누리당에서 그를 대적(對敵)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보다 못한 중앙일보 김진(金璡) 논설위원이 박지원의 전과(前科)를 지적하며 전과자가 인사청문회를 주관하는 것은 안된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6월18일자 칼럼). 임금을 모시는 도승지가 뇌물을 받았다면 탐관오리나 다름없다. 동학농민운동은 탐관오리 고부군수 조병갑이 유발시킨 농민혁명이 아니었던가.

그런 朴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특위 위원장에 내정됐는데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누구 한 명도 들고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문창극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관련해 당론을 모으지 않고 소속 의원의 자유투표에 맡기겠다고 말해 반란표를 던질 기회까지 열어줬다. 영혼없고 개념없는 자들에게 기대를 갖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새누리당은 7·30 재보선을 앞두고 문창극 총리 사태가 심화되자 여론을 의식한 것 같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자초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회는 ‘식물국회’가 된 지 오래다. 이 판국에 의석 몇 자리 더 확보하고 못하고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새누리당에 경고한다. 임진왜란 때 동래부사 송상현(宋象賢) 공이 보여준 애국애족의 결연한 의지를 본받으라. 왜군(倭軍)이 명나라를 치러가기 위해 길을 열라고 하자, 그는 ‘싸워서 죽기는 쉬워도 길을 내주는 것은 어렵다’며 적군(敵軍)과 맞서다 장렬히 전사(戰死)했다.

새누리당은 앞으로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의 자세로 정치에 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