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1일字 KBS 9뉴스의 문창극 총리 후보자 관련 보도는 뉴스이기보단 공영방송이 저지른 만행 수준이었다. 첨예한 보도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보도보다는 이해 당사자의 코멘트도 함께 다루는 것이 언론보도의 기본인데도 기자의 주관적인 주장만 했을뿐, 이해당사자인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의견은 묵살했다.

필자는 KBS가 문제삼은 문창극 후보자의 온누리교회 신앙간증 강연 동영상을 두 번이나 메모 해가며 청취했다. 리포트를 한 KBS 홍성희 기자는 강연의 “주된 주제가 근·현대역사”라고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文 후보자는 ‘대한민국이 기회의 나라, 소망의 나라가 되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이 뜻하는 바를 알고 기도해야 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혔다. 근·현대역사를 다루는 학술강연 또는 일반대중을 상대로 한 시국강연이 아닌 女신도들을 상대로 한 신앙간증이었다. 승려가 사찰의 법당에서 불자(佛子)들을 상대로 하는 일종의 법문(法文)같은 게 기독교의 간증이다.

홍 기자의 착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종교인의 신앙간증을 역사 강연으로 둔갑시켜 문후보자의 ‘역사관과 역사인식’을 문제삼았다. 홍 기자가 부각시킨 것은 文 후보자가 ▲일제36년이 하나님이 우리민족에게 준 시련인 동시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말했단 점 ▲대통령이 사과까지 한 4·3사건을 ‘폭동’이라고 말했단 점 ▲6·25동란도 하나님이 우리에 게 준 시련이며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말했단 점 등이다.

교회 장로인 문창극 후보자는 우리 민족과 조선왕조가 겪은 고난과 시련을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은총에 빗대어 강연을 해나갔다. 

文 후보자가 강연하면서 사례로 열거한 것은 ▲독일 선교사 퀴즐라프 ▲달레 ▲스코필드 목사 등 외국의 선교사 및 목회자들이었다. 당시의 조선사회 풍물과 민초들의 생활상을 적은 보고서와 기행문 등도 인용했으며, 자신의 주관적 견해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조선 말기의 시국에 대해서도 밝혔는데 이승만과 안창호, 윤치호 등의 지적과 비판을 인용해 말했을 뿐 자신의 생각을 밝히진 않았다.

또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에 대해선 ‘나라를 지키기보다는 왕실을 지키기 위해 궁궐로 무당과 점쟁이를 불러 들여 기둥 밑에 독이나 묻으려 했다’며 이들의 나약한 모습을 소개했다.

일제 강점기에 대해서도 ‘하나님이 시련을 주셨지만 광복의 기쁨이란 은혜도 줬다. 6·25도 하나님께서 해방이란 큰 선물을 줬는데 통일된 나라를 만들지 못한 데 대한 고난과 시련이었다’는 취지의 해설을 했다.

이상을 종합하면,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닥친 시련은 모두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게 文 후보자 간증의 핵심 내용이었다. 문창극 후보자는 결론에서 다음의 6가지를 강조했다.

1. 앞으로 대한민국을 도덕적이고 개혁적인 나라로 만들자.
2. 분열과 갈등을 극복해 화합의 나라로 만들자.
3. 통일시대에 대비해서 북한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잊지 말자.
4. 중국이 공산화에서 벗어나 자유화·민주화·기독교 국가가 되도록 노력하자.
5. 좋은 지도자를 우리는 확보해야 한다. 미국엔 훌륭한 지도자가 많다.
6. 기독교인이 개혁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문창극 후보는 마지막 기도(祈禱)에서 “이 나라가 고통받지 않고 불행하지 않고 복음화의 성지(聖地)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공영방송은 다양한 여론을 하나로 응집시켜 사회통합에 노력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런데 KBS는 순수 종교간증을 정치적인 시각으로 매도, 공영방송의 품격(品格)을 크게 추락시켰다. KBS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