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6·4지방선거,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사퇴,그리고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내용을 둘러싼 공방(攻防) 등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마치 전장(戰場)을 방불케 한다. 황사와 포연이 자욱하다.

이런 현상의 중심에는 국회(정치권)와 언론, 불량 시민단체들이 있다. 이중 국회는 아직도 오적(五賊)이란 사실을 모른 채 정쟁(政爭)만 일삼고 있다. 1970년대 월간 잡지 《사상계(思想界)》에 담시(譚詩) ‘五賊’을 발표, 옥고를 치뤘던 시인 김지하(金芝河) 씨는, 얼마 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한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아직도 ‘五賊’이 살아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五賊 중 두 번째로 큰 도둑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는가? 국회의원 가운데에는 국가보안법과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던 전과자도 있고, 뇌물을 수수했던 인사도 있다. 배임, 사기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질렀던 전과자도 있다. 신성한 민의(民意)의 전당에서 최루탄 가루를 터트린 모 정당의 국회의원도 있다. 범죄를 저지르고 사면된 뒤 다시 애국자인 척하는 곳이 국회다.

조만간 국회의원들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인사청문회가 ‘마녀사냥’으로 변질되고 있다. 얼마 전 국무총리 후보직에서 낙마한 안대희 후보자의 경우, 대법원 상고사건 5건을 수임받아 1건은 각하, 3건은 상고기각, 1건만 승소했는데 정치권은 이를 전관예우로 몰아붙였다. 전관예우와는 상관없는 정상적인 수임이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문창극 후보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되고 있는 文 후보자의 교회 강연내용을 둘러싼 여론은 다양하다. 각 일간지들의 문창극 후보자 관련 사설 제목은 다음과 같다.

■ 경향신문: 문창극 총리 지명자 사퇴하고, 대통령은 사과해야 (6월13일)
■ 한겨레:  ‘총리 자격’이 아니라 ‘국민 자격’이 의심스럽다.(6월13일)
■ 중앙일보: 문창극 후보자 지명에 거는 기대 (6월11일)
■ 한국일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발언에 비난 지나치다. (6월12일)
■ 매일경제신문: 문창극 총리후보 역사인식에 대한 깊은 우려감 (6월13일)
■ 서울신문: 文 후보자 스스로 총리감인지 되돌아보라. (6월13일)
■ 동아일보: 文 총리 후보의 역사인식, 충분한 설명과 검증 필요하다. (6월13일)
■ 조선일보: 文 후보자도, 청와대도 설명할 책임 피할 수 없다. (6월13일)

이처럼 언론의 논조와 여론은 다양하다면 청문회에서 확인검증하는 게 정상적인 순서이자 합리적인 방법이다. 이를 뒷전으로 미룬 채 마녀사냥식 공격만 일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인뿐 아니라 언론도 정상궤도를 이탈한 지 오래다. 그간의 세월호 참사보도를 보면, 언론은 사실과 진실보도는 외면한 채 오보(誤報)와 선동으로 유가족과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오보를 내고도 책임지지 않았다. 특히 심한 곳은 제도권 언론이 아닌 팟캐스트같은 이른바 ‘사설(私設) 사이비 언론’들이다. 이들은 ‘황색 저널리즘’은 물론 ‘패거리 저널리즘’까지 양산했다.

불량 시민단체도 문제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 추궁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려면 사고를 낸 장본인인 유병언의 금수원 앞에서 시위를 해야지 어째서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정치구호나 외치는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나타나는 자칭 시민단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한국 사회는 지금 광란(狂亂)과 폭주(爆走)에 허덕이고 있다.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국민들 뿐이다. 국민들이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를 감시해야 한다. 국민들에겐 선동과 여론몰이에 놀아나지 않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요구된다. 올바른 국가관과 이념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非이성적 행태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