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대한민국을 희망하며 국무총리에 지명된 안대희 후보자가 총리 지명 6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안대희 후보 사퇴에는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의 공격, 그리고 국민검사 안대희로부터 쇠고랑을 차게된 전과자 출신 정치인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악랄하게 습격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안대희 변호사가 국민검사라는 칭송과 명예를 얻기까지 현직에서 얼마나 강직하고 철저하게 공무를 수행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다. 이들은 安 후보자가 변호사로 일한 지난 1년 여의 수입 16억 원이, 소위 ‘전관예우’를 통해 발생한 것이라고 몰아 붙였다.

국회는 여기에 한술 더 떠 대법관을 법조계 출신이 아닌 外部인사로 선임하는 것을 골자로 한 法개정을 추진,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저의를 발동시키려고 한다. 전관예우를 막기위한 방편으로 풀이되나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언론이다. 이런 정치꾼들의 주장에 검증없이 부화뇌동하며 이를 찬동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이런 공격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우선 국회의원들은 전관예우보다 더 강력한 ‘現官예우’의 特權(특권)을 누리고 있다. 특히 현관예우 뿐 아니라 전관예우를 法으로 보장받고 있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힘없는 전관에 대한 예우보다 힘있는 現官에 대한 예우가 더 심각한 것이다. 부패하고 힘있는 현역들이 전관에 대한 인물검증을 한다는 것은 이치적으로 맞지 않는 넌센스이다.

언론은 전관예우란 용어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전관예우란 현직을 떠난 선배들에게 후배들이 베푸는 예의를 의미한다. 전관예우는 사법부뿐 만이 아니라 인간사회 여러 분야에 존재한다. 그 예의가 지나치면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전관예우란 말을 쓰기에 앞서 安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 중 勝訴(승소)한 사례와 敗訴(패소)한 사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승소한 경우, 판결내용이 전관예우로 인해 무리하게 판단된 것인지 여부부터 명확하게 밝혀낸 다음 문제제기를 하는 게 순서에 맞다. 안대희 변호사   법률사무소 측에 따르면, 安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가운데 대법원 上告 다섯 건의 경우, 상고 기각 세 건, 각하 한 건, 상고 승소 한 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 이렇다면, 전관예우가 아니라 '전관냉대'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으나 '하이에나식 언론'은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물어뜯기만 했다.

그가 몇 건의 사건을 수임해 몇 건을 승소했으며, 이것이 전관예우의 혜택을 받은 것인지 아닌지를 구체적으로 밝혔어야 했다. 앞으로 법조계에는 前官(전관)이 계속 양산된다. 現職(현직)에서 물러난 判檢事(판검사)들은 모두 前官이 된다. 그렇다면 이들 前官 변호사들이 변호사 업무를 개시할 경우 모두 전관예우의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관예우가 유능한 국가 인재의 출세길을 막는 장애요인이 된다면 전관예우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검증 방법이 마련되야 한다. 예를들어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관예우 검증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전관예우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전관예우 판단에는 사법부의 판단과 독립을 저해할 요인이 많다. 언론이 무턱대고 일방적으로 전관예우를 문제삼는 것은 황야의 무법자같은 막가파식 행동이다.

수임 관련 수입이 많다고 문제를 삼는 것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변호사 중에도 여러 부류가 있다. 라면으로 점심끼니를 떼우는 변호사도 있고 유명 로펌에서 수십 억대의 연봉을 받는 변호사도 있다. 자질구레한 사건들만 수임하는 변호사가 있는가하면 수십 억, 수백 억대의 수임료가 걸린 굵직한 사건을 맡는 변호사도 있다. 그래서 수임료 문제는 도덕성을 강조하는 전관예우 문제가 아닌 일종의 능력 문제인 것이다. 국민검사라는 칭송을 받은 安 후보자의 능력을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도 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과장·선동보도로 여론을 호도, 海警 해체로 몰고간 한국 언론이 또 한번의 마녀사냥을 자행한 셈이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문제를 앵무새처럼 지저귄 언론과 비정상적인 무리들이 그렇게 떠들어 댔지만 과연 우리 사회에서 안전은 보장되고 있는가? 장성의 요양원 화재사고와 고양시 터미널 화재사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선동만으로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 보면 인조임금이 피신해 간 남한산성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崔鳴吉(최명길)은 다음과 같이 독백했다.
“지금 성(城)안에는 말(言)먼지가 자욱하고 성밖에는 말(馬)먼지가 자욱하니 삶의 길은 어디로 뻗어 있는 것이며 이 성(城)이 대체 돌로 쌓은 성이옵니까, 말(言)로 쌓은 성이옵니까?”

1636년 음력 12월, 병자호란으로 나라가 오랑캐들의 수중에 들어 가 있는데도 말싸움만 벌리고 있는 朝廷(조정)대신들의 한심한 작태를 한탄한 것이다. 과연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