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世(난세)에는 잘난 척하는 자칭 小群雄(소군웅)들이 설치고 百家爭鳴(백가쟁명)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5000만 국민이 모두 5000만 개의 목소리를 쏟아내었다. 그 목소리들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목소리가 아니라 개개인의 입장에서 자기 편한대로 떠든 불협화음이 다수였다. 衷情(충정)에서 우러나온 것도 있었지만 허위와 선동도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재인 의원의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라는 주장이다. 광주사태와 세월호를 同格化(동격화)해 선동한 것이다. 광주사태는 투쟁의 소산이었지만 세월호 침몰은 한 기업의 탐욕과 安全불감증이 불러온 재난이다. 사안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비교할 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려는 정치인이 있는 한 해난사고의 예방은 어려울 것이다.

다이빙벨 사용을 주장한 이종인 씨는 실종자 구조작업을 자기소유 장비를 테스트할 기회로 삼았다. ‘사업가적 관심사’를 구조에 惡用(악용)한 것이다. ‘구원파’라는 종교단체 신도들의 주장도 궤변이다. 구원파 신도들은 지난 1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침몰의 책임은 청해진에 있지만 승객 사망의 책임은 해경에 있다”고 말했다. 1차적 책임 소재는 해경이 아닌 청해진해운에 있다. 사실을 호도한 것이다.

언론이 보여준 無知와 선동도 위험수위를 넘어 섰다. 정치평론가가 방송에 출연해 해난사고에 대해 논평하고 해설한다. 언론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이런 언론에 국민의 올바른 알권리 확보와 정보제공서비스를 기대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한국 언론은 해경 함정 선체측면에 선명하게 적힌 코스트가드(Coast Guard, 해안경비)와 셀비지(Maritime Salvage, 해상구난)조차 구분하지 못했다. 해경은 해안 경비업무에 主力하는 조직이다. 아시아 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 주강헌 원장은 “육상의 경우 치안과 방재를 담당하는 조직이 경찰과 소방방재청으로 나누어 있지만 바다는 해경 혼자 전담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경향신문> 5월19일字 최서윤 칼럼 인용).

해경이 제대로 해난구조 활동을 하게 하려면 경비와 구조업무를 분리하고 구조활동에 필요한 구난선 등 人力과 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구난업무는 경비업무와는 전문성과 난이도가 크게 다르다. 경비 중심의 해경에 잠수가 필수인 구조작업을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선장과 선원들의 미흡한 초기 안전조치에도 불구하고 해경은 170여 명이 넘는 사람을 구조해냈다. 그럼에도 사고 자체를 해경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은 균형감각을 잃은 처사이다.

결국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해경은 조직이 해체되고, 그 기능이 재편된다. 해양강국인 나라 치고 해경의 기능을 무력화시킨 나라는 없다. 험난한 해상사고의 구조작업을 陸上에서 지휘하도록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구난 중심의 기능만 살리고 해경을 해체한다면 앞으로 바다의 治安(치안)은 누가 맡을 것인가? 해경의 해체는 또다시 해양인을 무시하고 천대해 온 우리의 오랜 행태가 再發(재발)한 것이다. 해경이 역시 힘 없는 外廳(외청)이었음을 원망할 뿐이다. 지금까지 일어난 해난사고의 대부분은 관련 사업자와 감독기관, 입법기관 등이 안전을 소홀히 한 共同正犯(공동정범)이나 다름 없다.

앞으로는 모두의 책임에서 각자의 책임이란 생각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각자의 책임이란 투철한 생각이 제대로 살아 있다면 사고는 줄어들 것이다. 모두의 책임이란 막연한 생각은 책임 轉嫁(전가)와 ‘남 탓’으로 직결된다. 기구와 조직을 바꾸고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고치기 어렵다. 해난사고 예방을 위해선 영국의 ‘기업 과실 치사’ 및 ‘기업 살인법’, 미국의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와 같은 강력한 법률적 장치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