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여객선 해난사고는 공교롭게도 20여년에 한 번꼴로 일어났다. 1970년 12월 15일 밤 부산-제주 간을 내왕하던 남영호가 제주를 출발 부산으로 오다가 여수 소리도 부근에서 침몰해 승객 323명이 희생됐다.

1993년10월10일에는 전북 부안군 위도부근 해역에서 서해훼리호가 침몰 승객292명이 희생됐고 2014년 4월16일 아침에는 인천 제주 간을 운항하던 정기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304명이 희생됐다. 이 세 건의 연안여객선의 해난사고는 21년과 23년의 시차를 두고 일어났다.

이 3건의 사고는 모두 과적에 의한 사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적은 승객과 화물이다 남영호는 제주 감귤의 출하기를 맞아 귤을 과적한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졌고, 서해 훼리호는 승선정원이221명인데도362명을 태워 정원을 초과해 일어 난 사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도 사고원인을 수사 중에 있지만 화물과적과 항로의 무리한 변침이 사고를 불러 왔을 것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 지고 있다. 연안 을 항해하는 여객선이기 때문에 구조 활동도 먼 바다보다는 긴급대응이 수월하리라고 예상되는데도 인명피해가 큰 것도 같다.

이런 대형사고가 일어났을 때마다 정부는 물론 국민과 정치권, 언론 등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안전대책의 소홀함을 규탄했고 책임자처벌을 요구했다. 모두가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 들이었다. 한순간 달아올랐다간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잊어버리고 말았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마다 책임자는 문책됐고 안전대책은 더 강하게 보완됐다.

그런데도 왜 어째서 세월호 같은 참사가 재발했는가? 그것은 재앙에 대한 건망증이요,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당국은 꾸준하게 감독하지 않았고 정치권은 권력쟁탈에 눈이 어두워 져 포플리즘에 빠져들어  국민의  안전보다는 권력투쟁에 여념이 없었다. 사업자는 선박의 항해 안전보다는 황금에 눈이 멀어 과적을 일삼았고 안전수칙을 외면해왔다.

이용자인 국민은 자신의 안전을 위한 재난대피훈련에 게을렀다. 지금 또다시 끔직한 해난사고가 일어난다 고한다면 완벽한 구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할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남의 탓만한다면 역시 어려울 것이다. 수습하기에 앞서 책임추궁과 정치공세가 난무한다면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언론이 보여 준 무책임과 무지는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됐다. 바닷 속에서의 구조작업을 마치 육상의 교통사고 처리하듯 쉽게 보는 기자들의 무모한 취재태도는 부끄러움을 넘어 창피할 정도였다. 구조작업의 핵심인 잠수사에 대한 인식부터가 잘못돼 있다.

잠수사는 산업잠수사와 잠수기능사로 분류된다. 국가로부터 자격을 인정받아야 한다 산업잠수사는 수중용접, 수중공사등 고도의 기능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이다. 아무나 바다에 들어가면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돈벌이에 눈독을 들이는 자들의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함으로써 유족들을 분노케하고 구조작업을 지연시켰다.

재난은 20년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20년 만에 한 번씩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예고 없는 재난에 대비하는 준비와 훈련을 생활화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