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建(양건) 前 감사원장은 이임사에서 “재임동안 안팎의 역류와 外風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 끌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임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梁 前 감사원장은 “정부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동안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일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 왔다. 헌법학자 출신이기에 더욱 그러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개인적 결단”이라고 밝혔다. 梁 前 원장은 “그 동안 어떤 경우에도 국민께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 감사업무 처리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 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긴다”고도 했다.

그의 이임사를 읽고 난 후, ‘그냥 조용히 떠나는 게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날 때는 말없이 조용히 떠나는 게 공직자의 도리이다. 감사원장직 사임은 ‘개인적 결단’임을 강조해 놓고 强壓(강압)이나 外壓(외압)에 의해 물러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감사원장은 일반 公職(공직)과는 다르다. 그 자리는 名利(명리)나 챙기는 자리가 아니라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 자리이다. 원칙과 법에 따라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공직사회의 紀綱(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가의 根本(근본)을 지키도록 하는 게 감사원장의 책무다. 외압을 이겨내고 정치세력의 도전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에 해당한다. 그것을 지켜내지 못한 것을 마치 한탄하듯이 토로한 것은 어쩐지 一國의 감사원장 답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그는 원래 교수 출신이다. 학자다운 기개와 지조를 지키며 학문 연마에만 정진했다면 이런 불필요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梁 前 원장은 잠시나마 학문을 멀리하고 감사원장을 지냈었다. 본의 아니게 물러나게 되었더라도 그 책임 역시 본인의 몫이다. 직책에 걸맞지 않는 장황한 이임사를 남겨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가 다음과 같은 이임사를 남겼다면, 아마 더 빛이 났을 것이다.

“나의 능력에 비추어 과분한 자리에 앉아 좋은 경험을 하고 떠납니다. 그 동안 협조해 주시고 성실하게 일해 주신 감사원 직원 여러분, 국가를 위해 성실하게 일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는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학자로서 한 평생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