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일’이 본명인 코미디언 故 이주일 씨는, 1992년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일국민당 후보로 출마(경기도 구리)해 당선됐다. 그는 코미디언으로서도 국민에게 웃음을 많이 선사했고 국회의원이 되고서도 많은 화제를 뿌렸다. 폐암으로 투병했던 그는 2002년 6월27일 享年(향년) 61세로 他界(타계)했다. 이주일이 임기 말년에 한 기자를 만나 남긴 한 마디가 오늘날의 국회와 정당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풍자했기에 소개한다.

기자: 15대 총선에 출마할 계획입니까?
이주일: 출마하지 않을 거야.
기자: 왜요?
이주일: 밥줄 떨어지겠어.
기자: 무슨 뜻입니까?
이주일: 아니 국회에 들어와 보니까 나보다 웃기는 X들이 너무 많더란 말이야. 이러다간 국회의원들이 정치는 뒷전이고 웃기는 X들이 모두 코미디언이 되면 나는 어디가 밥 벌어먹는단 말인가? 밥줄 떨어지기 전에 국회의원 빨리 때려치우려고 해. 참 웃기는 세상이야…

요즘 국회의원들의 욕설과 막말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저질정치의 부활을 보는 듯하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남재준 국정원장을 향한 욕설’과 同黨 홍익표 의원의 ‘鬼胎(귀태)’ 발언은 정치인으로서의 자질과 人格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주일 씨 말대로 ‘코미디’보다도 못한 寸劇(촌극)에 국민들은 환멸과 염증을 느끼고 있다.

최근 ‘국제투명성기구’는 107개국 11만 4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 세계부패바로미터(BCG)’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2개 분야 가운데 부패에 가장 취약한 분야가 ‘정당과 국회’였다고 한다. 저질 국회의원과 부패한 정당의 實相(실상)을 제대로 지적한 것이다. 文民정부 시절 한국의 각 분야별 ‘국제화지수’를 조사했을 때, 정치분야가 선진국에 비해 단 5% 수준에 불과했다는 통계도 있다.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았음에도 한국 정치의 저질성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앞장서 저질정치의 前面(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과거 영국의 <타임>紙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었다.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우려한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만큼 발전했다. 그에 반해 국회의원들의 수준은 그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그렇게 ‘민주주의,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던 세력들이 내뱉는 저질발언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엔 어떤 영향을 줄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