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항상 正史(정사)와 野史(야사)가 병존한다. 正史는 그 시대상황에 대한 기록적 사실이고 野史는 전해오는 뜬소문 類의 非기록적 사실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소설가 李炳注(이병주)는 그의 소설 《지리산》에서 다음과 같은 고사를 인용했다.

<퇴어일광즉위역사(退於日光卽爲歷史) 염어월색즉위신화(染於月色卽爲神話)
한 시대상황이 햇빛에 바래면 歷史(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神話(신화)가 된다.>

최근 5·18 광주사태 때 북괴 특수부대원 600명이 침투했다는 주장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한 의문과 주장은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주장과 사실은 별개다. 주장은 어디까지나 주장이고 사실은 사실이다. 주장이 사실로 인정되자면 객관적인 자료와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사실관계가 다른 것이 있다면, 유족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광주사태 2000명 사망說’일 것이다. 광주사태의 참혹성을 더하고자 일부 과장된 것이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민간인 166명과 군인 23명, 경찰 4명 등 193명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시위대를 향해 ‘무릎 쏴’ 자세로 사살하는 장면도 사실과 다르다.

북괴 특수부대원이 무더기로 침투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立證(입증)된 바 없다. 시위 群衆(군중) 편에 서서 통역을 맡았던 인요한 씨는 거동 수상자를 시위군 중 지휘부가 붙잡아 계엄군에 引繼(인계)했다는 증언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했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증거 역시 없다.

북괴군 36명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북한 측 자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과 광주사태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따라서 북괴 특수부대원 600명이 무더기로 침투했다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說일 뿐이다.

주장과 反論은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되 결과에 대해서는 승복해야 한다.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고 해서 적대시하거나 범죄시해서도 안 된다. 윽박지르고 위협적인 言動(언동)을 해서도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유언비어나 뜬소문으로 떠돌게 된다.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惡用(악용)해서도 안 된다.

한국 현대사에서 비극적 사건으로 기록된 광주사태는 역대 정권에 의해 ‘민주화운동’으로 정리되고 기념일로 정해졌다. 특히 국가적 기념일로 지정된 만큼 국가기념일 의례준칙에 따라 의식을 거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별도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4·19혁명, 6·10항쟁과 달리 5·18 광주사태만 聖域(성역)시 한다는 국민적 저항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만 차별화 하겠다는 底意(저의)가 있다고 의심 받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