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닷컴> 全직원들은 2013년 5월 한 달 동안, ‘광주사태 북한군 개입說(이하 개입說)’이라는 虛像(허상)과 씨름하고 있다.

“왜 ‘북한군 개입’을 否定해 보수우파 분열시키나?”

‘개입說’의 핵심은 1980년 광주사태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 수 백 명이 광주로 침투, 시민들의 騷擾(소요)를 선동·조장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그동안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돈 하나의 風聞(풍문)에 불과했었다.

얼마 前 탈북자 출신 한 사람이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 ‘개입說’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가 방송에서 ‘광주사태 북한군 개입은 사실’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간 說로만 믿어왔던 사람들은 그 탈북자의 주장에 적극 동조했다. 일부 인터넷 보수사이트 회원들은 이를 빌미로 특정 지역을 卑下(비하)하기도 해 ‘개입說’은 사회적 갈등으로 飛火(비화)될 조짐마저 일었다.

<조갑제닷컴>은 이를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개입說’이 사실과 다름을 檢證(검증)한 분석기사를 여러 차례 게재했다. 그러자 곧바로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조갑제닷컴>에 매우 실망입니다. 왜 ‘북한군 개입’을 否定(부정)해 보수우파를 분열시키나요?”
“도대체 북한 X들을 감싸서 얻는 게 뭡니까?”
“북한군 개입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되는 게 광주사태라는 걸 모르세요?”


일부 보수세력, ‘광주사태 북한군 개입’ 루머를 신앙처럼 여겨

목소리만 들어보면 이들은 광주사태 ‘전문가 중에 전문가’였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조금만 파고 들어가보면 이내 허점이 발견되었다. ‘계엄령 下에서 북한군이 어떻게 광주 市內(시내)까지 침투할 수 있느냐’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면 각군은 경계를 강화하고 유사시에는 實(실)병력이 투입돼 敵 침투를 초동진압 하게 된다. 당시 광주에는 공수부대가 투입되어 市界(시계)가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 백 명에 달하는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전화를 했던 사람 중 대다수가 이에 대한 반박은 하지 못했다.

그나마 위의 경우는 대화가 조금 통했던 경우다. 연세가 지긋한 분들 중 일부는 대뜸 화부터 냈다. 그 중에는 ‘趙甲濟는 당장 絶筆(절필)하라’부터 ‘그딴 소리(‘개입說’ 부정) 집어치우라’까지, 해선 안 될 막말과 욕설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었다. 언성을 높여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그들에게 ‘광주사태 북한군 개입’은 신앙과 다름없었다.

빗발치는 항의전화, 쌓여가는 고민들

<조갑제닷컴>에는 평소에도 항의전화가 많이 오는 편이다. 그동안에는 주로 김대중·노무현 前 대통령 추종자들과 일부 左派(좌파)세력의 막말과 욕설을 상대해 왔었다. 이번 항의전화는 전과는 다른 경우였다. 전화를 건 사람들 대부분이 스스로를 ‘보수’라고 자처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보수세력은 진실-正義-헌법이라는 가치를 指向(지향)한다. 그에 반해 좌파세력은 反헌법적이고, 거짓말을 일삼는다. 正義와도 무관하다. 보수세력은 이와 다르다. 대한민국 건국의 本流(본류)가 보수세력이었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주도한 것도 보수세력이었다. 그들은 ‘진실의 파수꾼’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고, 헌법을 武器(무기)로 正義를 세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主役(주역)들이었다.

그랬던 보수세력이 ‘개입說’ 앞에서는 뜻밖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었다. 이들은 근거없는 거짓소문만을 신봉하고 진실은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좌파세력의 反대한민국적 행태를 고발하고 바로 잡아 줄 보수의 역할공간도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보수세력은 저들의 ‘천안함 爆沈(폭침) 북한 소행 否定’을 줄기차게 비판해오지 않았던가?

관용과 배려는 없고 욕설과 막말 난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상대의 다른 의견도 존중할 줄 아는 것이다. 회사에 항의전화를 걸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그런 관용을 찾기란 매우 어려웠다. 이런 사람들의 한 특징은 ‘자신이 6·25전쟁을 겪어봐 북한군의 특징을 잘 안다’는 식의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논리가 결여된 일종의 ‘자신만의 이야기’였다. 이들은 ‘내가 알고, 내가 겪어봤는데 왜 다른 말을 하냐’는 투로 자신의 입장만을 강요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보수세력이 북한 공산집단과 싸워 피로써 이 나라를 지킨 것은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개입說’의 사실관계와는 엄연히 다른 별개의 사안에 불과하다.

그들이 내뱉은 막말과 욕설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었다. 그들의 無禮(무례)한 전화태도는 기본교양마저 의심케 했다. 말은 한 人格(인격)의 교양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비속어를 남발하며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교양과 知性(지성)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보수세력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이번 논란을 통해 한국 보수세력의 한계를 엿볼 수 있었다. 보수를 자처하는 일부는,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거짓도 진실로 둔갑시킬 수 있고, 설사 진실을 알고 있다 해도 묵살하자는 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2008년 광우병 亂動(난동) 때 보수세력은,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고 선동한 좌파세력의 거짓말을 비판하고 진실을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개입說’을 대하는 태도는 그것과 달랐다. 냉철한 理性(이성)보다는 온갖 추측과 감정이 앞섰다.

이들은 ‘진실이야 어떻든 광주사태와 북한을 엮을 수만 있다면 좌파세력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식의 오기를 부리는 듯했다. 본인이 믿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진실을 꿰어 맞추려는 태도. 보수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는 한참 동 떨어진 것이었다. 어느 독자 한 분은 내게 이런 말까지 했다.

“북한군 개입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얻을 것이 무엇인가? 어차피 보수세력에게는 好材(호재) 아닌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너무 앞서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침묵을 종용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서 비뚤어진 인식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自由통일·一流국가 건설’과 거짓말, 욕설·막말은 竝存할 수 없어

지난 5월24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定例(정례) 브리핑에서 “‘광주사태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공식발표했다. 정부 발표 이후인 5월27일 현재, ‘개입說’을 믿는 사람들의 항의전화가 斷續的(단속적)으로 오고는 있지만 전보다는 많이 줄어든 추세다.

<조갑제닷컴>은 사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언론매체이다. 만약 <조갑제닷컴>이 좌파들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진실을 묵살한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때부턴 언론이 아니라 ‘極右(극우)단체’로 전락하고 만다.

<조갑제닷컴>과 대한민국의 보수세력에게는 ‘自由(자유)통일과 一流(일류)국가 건설’이라는 막중한 역사적 과제가 부여되어 있다. 이 두 과제는 거짓말과 막말·욕설같은 ‘非상식적 행위’와는 결코 竝存(병존)할 수 없다. 아직도 ‘개입說’을 믿고 선동하는 보수세력이 있다면, 하루빨리 사실을 直視(직시)하고 더 이상 불필요한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욕설에 가까운 전화를 많이 받다가 보니, 저런 전화 매너로는 나 같은 젊은이들로부터 존경 받는 보수가 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애국과 보수가 무례의 特權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