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굴에서 토끼가 광주사태를 말하다(1) 여기에서 침을 튀기면서 광주사태를 비하하시는 분들도 당시 광주에 있었다면 아마도 침을 튀기면서 가장 앞장섰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마도 이 사이트에는 광주사람들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아마도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에 조갑제라는 인물을 보수 꼴통 정도로 치부했기 때문에, 흔히 보수인사들의 광주사태를 보는 시각이 조갑제님 역시 지만원님 같을 것이라는 선입감에서 조갑제님의 사이트에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처음으로 회원으로 가입하고 나름 객관적 사실적으로 조갑제님의 말을 지지한다는 글을 썼음에도 사실을 확인하려는 의지보다는 무조건적 편견을 말하는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의 글에서 보았듯이 광주사태니 민주화 운동이니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과거 5.18 이전에는 보수당이었고 학문적으로만 보면 독재정권이라 할 수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라도에서 他지역보다 보다 더 높았다고 봅니다.
그런 보수적 성향이 진보적(?) 아니 좌측이라 해도 좋습니다. 이처럼 좌측으로 흐르게 된 이유에는 5.18 이라는 trauma가 깊이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들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광주사태 당시 한 사람의 젊은 직장인으로서 시위에 참가하지 않고 광주사람이면 누구나 느꼈던 心情(심정)으로만 글을 써 봅니다. 그리고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쓴 글이 아니라 그냥 자판을 두드리며 그 당시의 생각을 되새겨 쓴 글이기 때문에 날자나 사건의 前後(전후)가 다소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1. 광주에서 5.18의 불이 붙게 된 이유: 나는 당시에 대학병원 레지던트로 24시간 병원에 근무했을 당시인데 5.18 이전에도 대학가에서 산발적인 시위들이 많았다, 그런 시위는 광주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적 상황이었는데, 그 당시의 시위 대학생들의 구호는 "전두환은 물러가라" 가 主를 이루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아침에 병원 직원들끼리 모이면 "서울에서는 전두환(당시 소장)이가 전후 좌우 무장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다닌다든가, 실제로 전두환이가 정권을 잡았다든가" 하는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런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비상계엄이 전국적으로 발령됨과 동시에 전남대학교에 공수부대가 배치되면서 무자비한 진압이 시작되었고 간간히 부상당한 학생들이 응급실로 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공수부대를 이용해서 광주사람들, 아니 시위 대학생들을 초전에 기를 죽여서 시위를 진압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압은커녕 진압광경을 본 시민들이 "해도 너무한다"라는 동정론이 확산되면서 대학가를 넘어서 시민들이 합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공수부대들의 특성상 물러날 수는 없고 TV에서 방영된 화면처럼 더 무자비한 구타와 폭력적인 방법으로 시민시위를 진압하기 시작하면서, 그 범위가 광주전체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당시의 유언비어처럼 경상도 군인들이 왔다든가, 술에 취한 군인들이 시민들을 팬다든가 하는 말은 상식적으로 믿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말 그런 말이 맞지 않는가 생각할 정도의 잔혹한 시위진압을 현재 여러 텔레비젼의 자료화면으로 보면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조작일까요? 당시의 상황으로 보면 극히 일부분일 것입니다. 나는 직업상 병원에만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곤봉에 맞은 사람들뿐 아니라 칼에 찔린 학생들이 실려오고, 더 심한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계엄군측에서 젊은이들을 색출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시 외곽부터 가택수사를 해서 시위를 할 만한 젊은이들을 모두 색출한다는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그렇게 되면 집에 있는 내 동생 생각이 나는 것입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분명히 보자마자 시위 여부를 떠나서 최소한 곤봉세례를 받고 반 죽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전화해서 동생의 안전을 걱정하는 전화를 수십 번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 이거는 뭔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되고 있구나 하는, 지금까지 군인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꿔지기 시작하게 된 겁니다. 너무나 당연한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군인이 시위와 무관한 가족도 죽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그러다 보니 시위가 이성을 잃게 되었고, 병원에만 있었던 우리같은 의사들도 이러고 가운이나 걸치고 있어야 하느냐 시위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들이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위가 커짐에 따라서 銃傷(총상)환자들이 응급실로 오기 시작했는데, 주위의 대형종합병원과 전화하면 옆에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있었습니다. 바로 전쟁시 야전병원의 상황...당시 내가 근무하고 있었던 대학의 병원은 계엄군들이 진주하고 있었고 대학의 운동장에는 공수부대원들의 천막이 쳐있었고 수송기와 헬리콥터를 통해서 보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응급환자가 거의 들어 올 수 없었던 상황임에도 총상환자들이 들어오고 낮에는 헌혈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습니다.(나는 얼마 전까지도 헬리콥터 소리를 들으면 그때의 아픔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완전한 전쟁상황이었지요..... 가벼운 부상을 입은 군인들도 응급실에 오면, 그 군인들에게 시위상황을 물어보면 어떤 이는 "광주사람들 정말 지독하다". 어떤 이는 "죽여야지요"라는 답들이었다. 하다못해 동료로서 송정리(군 병원이 위치한 곳)에 근무하던 군의관도 광주사람들이 너무한다라고 했다. 여론조작이 이렇게 무서운것인가를 알았습니다. 광주지역외 사람들은 광주시민이 너무 한다. 광주시민들은 이것이 군인인가 하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가에 따른 완전한 적대감!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가만히 있어서는 나도 너도 죽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에 그간에 계엄사의 발표만 알방적으로 보도하던 광주MBC방송이 불에 타는 모습을 병원옥상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불길을 보는 순간 광주시민 모두가 광주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여기저기서 울렸고 이때부터 시민들 누구 하나 없이 모두 폭도(?)로 변하게 되었습니다(나도 옥상에서 불길을 보면서 누구에게인지 모를 함성을 질렀다).

가만히 있어서는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광주시민을 모두 하나로 만들었고 敵(적)이 공수부대와 그를 지휘하는 계엄사가 된 것입니다, 전투에서 옆의 동료가 죽으면 피가 끓어서 총탄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나 역시 "피가 끓는다"는 게 무엇인지를 그때 정확히 체험하였다. 아마 이때부터 시민들이 무장을 하여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안 그러면 다 죽을 수 있는, 아니면 내 가족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무기고를 어떻게 털 수 있느냐 라는 말들을 하시지만 당시 상대에 대해 피가 끓은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광주시민들만의 DNA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요?
여기에서 침을 튀기면서 광주사태를 비하하시는 분들도 당시 광주에 있었다면 아마도 침을 튀기면서 가장 앞장섰을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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