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광복동 선술집에서 만난 이외수는 작가정신만큼은 살아있었지만 지금은… 이외수 군. 참으로 오랫만에 자네 이름을 불러보네. 트위터 100만 팔로어를 거느린 자네의 명성은 잘 알고 있네. 지난 大選 때 유력 후보들이 자네를 찾아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화천군이 지어준 감성마을 저택에서 지내는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잘 보고 있네.

그러나 자네의 화려한 등장과 출세를 마냥 부러워하거나 칭찬하는 것은 아닐세. 1990년대 초 부산 광복동 입구에서 시인 K군과 함께 술 한 잔 마시면서 나누었던 자네의 문학 이야기가 오랜 여운으로 남아 있네. 그때 자네는 순수한 심성의 소유자였네. 그러나 지금은 그 순수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정치꾼을 능가하는 독설과 惡氣(악기)가 몸에 배어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네.

그 술자리에서 자네는 문학이 방황하는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었네. 자네의 문학觀(관)은 취중에 나온 酒邪(주사)는 아니었지. 그래서 기대도 하고 믿음도 가졌었네. 그러나 현재의 자네는 어떤가? ‘문화권력’의 王座(왕좌)에 앉아 세속에 오염되어 있는 듯한 자네가 참으로 거북하고 민망스러워 보이네.

화천군수가 자네를 산천어 축제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화천을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자네를 관광상품으로 키우고 있단 이야기를 들었네. 인간의 정신적 자양분 역할을 해야 할 작가가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수치일세. 화천에는 엄동설한에 떨고 있는 독거노인이 많다네. 자네는 감성마을 그 좋은 집에서 살고 있는 게 미안하지도 않은가? 앞서 열거한 것들은 치열한 작가정신과 맞지를 않네.

자네를 볼 때마다 작가라는 생각보다는 화천군의 문화관광상품이요, 쇼윈도의 마네킹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스럽네. 과거 광복동 선술집의 이외수는 초라했으나 작가정신만큼은 살아 있었네.

이제는 날카로움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가 있기를 바라네. 작가정신은 더욱 치열해졌으면 좋겠네. 귀와 입이 모두 부드러워져야 할 耳順(이순)의 언덕에 서 있지 않은가? 師道(사도)의 길을 걷겠다고 나섰던 사람이 작가가 되었다면 다른 작가들과는 무엇이 달라도 달라야 할 걸세. 진정한 작가는 트위터에 올리는 140字로 남을 공격하거나 상처를 주지 않는단걸 명심하게. 조용히 건필정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