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物證없는 협박 의혹’보다 그의 진정성과 정치적 자질을 눈여겨 보고 있다 1971년 5월14일, 雨中(우중)에 목포에서 광주로 가는 국도에서 한 승용차와 트럭의 교통사고가 있었다. 승용차엔 김대중(前 대통령) 씨가 타고 있었다. 金씨가 탄 승용차를 택시가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려고 했다. 그가 탄 승용차는 택시의 진로를 막으며 트럭과 충돌했다. 중앙선을 넘은 것은 트럭이 아니라 택시와 金씨가 탄 승용차였다.

그런데 金씨 측에선 박정희 정권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단순한 교통사고가 단숨에 정치적 암살음모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거짓이었음은 훗날 趙甲濟(조갑제) 기자의 심층취재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金씨는 자신의 수필집 《나의 삶, 나의 길(도서출판 산하)》에서 단순한 교통사고를 “야만적인 독재정권이 선물한 교통사고”로 규정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금 변호사의 폭로를 보니 문득 단순한 교통사고를 정권의 암살의도였다고 주장한 김대중 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금 변호사는 박근혜 캠프에 몸 담고 있는 자신의 대학 동기인 정준길 前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전화를 걸어 ‘안철수의 大選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우선 일차적 책임은 전화를 건 정준길 씨에게 있다. 민감한 시기에 왜 그런 경솔한 전화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상대는 다른 사람도 아닌 安씨의 최측근이다. 게다가 安씨 진영은 연이어 터져나오는 의혹으로 守勢(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이었다. 安씨가 母親으로부터 받은 집이 있으면서 자신의 著書(저서)에선 ‘전세살이’ 운운한 탓에 民心이 離反(이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금 변호사의 친구인 정 씨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화가 문제가 된 것이다. 정 씨는 마치 적벽대전을 앞두고 吳나라 周兪(주유) 진영을 찾아갔다가 反間計(반간계)에 걸려든 蔣幹(장간)의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협박을 증명할 物證(물증)이 없고, 安씨는 기자회견장에 나오지도 않아 당사자인 그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모르고 있다. 국민들이 安씨에게 바라는 것은 숨을 수 없는 사각링에서의 정정당당한 檢證(검증)과 競爭(경쟁)이다. 언제까지 링 주변만 맴돌 셈인가?

이번 기자회견으로 安씨도 自意(자의)든 他意(타의)든 기존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승부수를 띄울 줄 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의 청순가련형 순수 이미지는 사라졌다. 이제 뒤로 숨지 말고 링으로 올라와 자신이 말했던 ‘非상식’들과 당당히 겨뤄보길 빈다. 국민들은 ‘物證없는 협박 의혹’보다 안철수의 진정성과 정치적 자질을 더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