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려우면 말로 천하를 농락하는 무리들이 雨後竹筍(우후죽순)처럼 나타난다는데… 박원순이 서울시장하겠다며 수염을 깎았다. 기막힌 변신술을 보여 주었다. 박원순의 正體는 과연 무엇인가? 시민운동가인가, 아니면 정치인인가?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의 판단에 의해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자리이다.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박원순이 나선 것은 이제 그도 정치인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그런데 제도 정치권과 거리를 둬 왔던 박원순이 서울시장 출마에 나선 것은 자칫 그동안의 시민사회활동이 정치입문을 위한 事前(사전)포석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박원순은 과거 참여연대를 만들어 국회의원 낙천ㆍ낙선운동을 벌였고 ‘아름다운가게’와 ‘희망제작소’를 만들어 자신의 이름도 부각시켰다. 그가 벌인 일련의 일들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여론도 있다.

정치인은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반면, 시민운동가는 시민운동을 위장해 자신의 인기관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박원순은 그런 범주에 해당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出馬가 다른 후보자와 비교해 공정한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다. 시민운동으로 자기 이름을 알리고 선거판에 뛰어드는 모습이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보기좋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부이다. 그리고 얼굴이다. 서울시장은 가면을 쓴 위장인물보다는 그 정체를 떳떳하게 드러낸 양심적이고 능력있는 지도자가 돼야한다. 시민운동하다가 조금 인기가 오르면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僞裝(위장)인물로는 큰일난다.

서울시민은 가짜와 진짜를 바로 가려내야 한다. 단일화라는 괴상한 꼼수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김대중도 지적하지 않았나. 단일화는 野合(야합)이라고. 곽노현의 경우만 봐도 단일화 裏面(이면)에는 수상한 뒷거래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던가. 선택은 국민이 하는데 끼리끼리 모여앉아 쑥덕쑥덕 ‘형님먼저 아우먼저’하는 것은 국민을 놀리는 것이다. 말장난이 너무 심하다. 세상이 어려우면 말로 천하를 농락하는 무리들이 雨後竹筍(우후죽순)처럼 나타난다는데 꼭 빈 말은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