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는 다음 둘을 제일 두려워한다. 첫째는 자신의 약점과 비리와 범죄행위가 들통 나는 것. 둘째는 돈이 떨어지는 것.
김정일의 처형, 성혜랑의 자서전에 따라면 김정일은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상하다가도 무슨 연유인지 화가 나면 길길이 뛴다고 한다. 김정일은 김일성도 모르게 낳은 맏아들 김정남을 몰래 키웠다고 한다. 유명 배우이자 6살 연상이자 작가 이기영의 맏며느리였던 성혜림을 가로채서 동거를 했던 만큼 떳떳이 내세울 수 없었던 것 같다. 놀라운 일은 김정남을 아예 학교에도 안 보내고 저택에서 일체의 문밖출입도 안 시키고 가둬 키웠다는 것이다. 이 때 가정교사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김정남의 이모이자, 한국으로 귀순했다가 피살된 이한영의 어머니 성혜랑이다.

여기서 전형적인 독재자로서의 김정일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일체의 권력을 틀어쥐고 내 욕망대로 살되, 그것이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는 바가 있으면, 아무리 사소한 일도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차단하여 마치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만든다. 이런 사생활에 대한 비밀을 1급 국가비밀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그 누구의 입방아나 눈 흘김조차 용서할 수가 없다. 무조건 충성하는 자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살갑게 굴고 선심도 크게 쓰지만, 그러나 절대 그를 믿지는 않는다. 가족도 예외가 아니다.

독재자란 스스로를 신격화하여 그 언행이 아무리 사회통념이나 법에 어긋나고 앞뒤가 안 맞더라도 모든 인간이 일체의 비판 없이 무조건 찬탄하고 믿고 따를 것을 요구하는 자이다. 가정이든 단체든 이렇게 만들기는 대단히 힘들지만, 성공하는 자들이 의외로 많다. 국가 단위로는 이런 ‘완벽한’ 독재자는 잘 나오지 않는다. 힘과 힘이 부딪칠 때 승패가 칼로 무를 자르듯이 선명하게 갈라지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역사적으로 가끔 이런 자들이 나타난다. 자유와 풍요가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빈곤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이런 ‘완벽한 독재’는 거의 사라지고, 1980년대 이후에는 이런 자가 전 세계에서 딱 두 명밖에 없는 듯하다. 사담 후세인이나 피델 카스트로도 ‘완벽한 독재자’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김일성과 김정일, 이들이 바로 ‘완벽한’ 두 독재자다. 빅 브라더이다. 빅 브라더 1세와 빅 브라더 2세! 나라가 망가지고 국민이 굶주릴수록 독재자의 권력은 더욱 높아진다. 힘을 주체할 수 없는 독재자는 주권이 미치는 데만 아니라 주권이 미치지 않는 데까지 그 권력의 그림자가 길고 짙게 드리워지길 바란다. 히틀러, 유인(히로히토), 스탈린 등은 그 절대적인 권력이 다른 나라에까지 미치기를 바랐고 이를 실천한 자였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조무래기 독재자이다. 그래서 그들은 감히 중국이나 일본이나 러시아의 국경은 1센티미터도 침범하지 못한다. 밖에 나가면 찍 소리도 못하는 폭군 가장이 집안 식구나 들들 볶아 제 입과 제 몸만 챙기고 걸핏하면 저보다 잘 사는 부자 형제자매를 못 살게 굴듯이, 이들 부자는 대를 이어, 과거에는 천혜의 자연자원과 당시로서는 선진국 수준의 일제유산(日帝遺産)을 물려받은 북한보다 못 살 수밖에 없었지만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제 세계와 어깨를 겨루며 잘 먹고 잘 살고 날마다 시시덕거리는 대한민국을 못 잡아먹어서 환장이다.
“그거 전부 내 거다, 당장 내놓아라! 원수와 빌붙어 가문을 팔고 욕되게 하여 사육되는 개돼지처럼 잘 먹고 잘 살다니, 부끄럽지도 않느냐!”

놀랍게도 이들의 말에 동조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입에는 민주를 달고 살지만, 실지로는 마음속 깊숙이 독재를 앙망하는 자들이 지천에 늘려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닿으면 스스로 독재자가 되길 오매불망(寤寐不忘)하는 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내가 옳다. 무조건 우리가 옳다.”

이것이 바로 독재자의 굴뚝 마음인데, 한국에는 시대의 유행인 어떤 명분(민주, 진보, 통일 등)을 잡았다고 하면, 실천은 반의 반 걸음도 하지 않는 먹물 꽤나 먹은 자들 중에 강산이 아무리 여러 번 바뀌어도 무조건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일점일획도 바꾸지 않고 고이고이 간직한 자들이 부지기수이다. 이들과는 숫제 대화가 안 된다. 이들은 곧 죽어도 남의 공을 인정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티끌을 모아 태산을 쌓은 걸 60억이 인정하고 찬탄해도 그들 눈에는 그것이 그저 뿌연 먼지처럼 보인다. 자신이야말로 가장 독재적 성향이 강하지만, 절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크든 작든 의사결정이란 것이 얼마나 힘들고, 수천 만 명을 신나게 만들어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일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들이 알 리가 없다. 특히 냉정하기 짝이 없는 외국의 원조를 받거나 그들과 거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들이 알 리가 없다. 이들은 외국인의 원조나 그들과의 거래를 거대한 또는 교묘한 음모로 볼 뿐이다.

이런 자들의 눈에는 ‘무조건 내가 옳다’는 생각을 전 국민의 뇌 속에 집어넣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위대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독재자와 독재적 성향을 타고난 자들이 죽이 안 맞을 리 없다. 이들은 30년 문화권력에 이어 드디어 5년 또 5년 국가권력까지 장악하게 되자, 기꺼이 ‘사모하는 분’의 앵무새 역할 대변인 역할 나팔수 역할 확성기 역할을 떠맡는다.

김정일이 파안대소할 수밖에! --푸하하, 황해남도 아래 그 열 배되는 대한민국도가 있도다! 그러던 김정일이 걸핏하면 재떨이를 집어던진다.

독재자는 다음 둘을 제일 두려워한다. 첫째는 자신의 약점과 비리와 범죄행위가 들통 나는 것. 둘째는 돈이 떨어지는 것. 인권유린 폭로와 비밀금고 압박! 김정일이 영혼 깊숙이 두려워 하는 것이 한꺼번에 터졌다. 미국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철석같이 믿던 유럽이 중심이 되어 UN에서 북한의 인권유린을 세계에 퍼뜨렸다. 미칠 지경!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두 번째 것이다. 국내의 독재유지와 휴전선 이남으로의 독재확산에 가장 큰 빌미거리를 제공해 주는 나라가, ‘군대를 내 안마당에 주둔시킨 미제국주의’가 마침내 달러위조, 마약밀매, 무기밀매 등의 증거를 잡고 39호실을 압박해 오는 것이다. 재떨이를 집어던질 수밖에!

과연, 김정일이 재떨이만 집어던지고 말 것인가!

(2005.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