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면 도리어 쥐가 고양이에게 덤비듯 맞서야. <가득히 차도 넘치지 않는다>

《한미 동맹 난기류. 트럼프 "韓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 선불로"…한미 갈등에 환율 1411원까지 급등. 한미 동맹 난기류》이는 오늘 뉴데일리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틱톡 행정명령 서명 뒤 韓 투자금액 재확인.”과 “러트닉 상무장관은 "韓 3500억 달러보다 증액해야"”란 소제목이 달려있다.

어째 일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는 상대에게 공갈. 아니 겁을 잘 준다. 그런가 하면 ‘강약약강’형이기도 하다. 중국과 러시아에 성을 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요구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물러난다. 이걸 메우려는 듯 약자에게는 끝까지 자기 주장을 관철하고야 만다. 약자의 입장에서 이런 상대를 만나지 않고, 이런 일이 없다면 나라에 이보다 좋은 일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살면서 일 없기를 바라면 안 된다. 비록 트럼프에게 광망(狂妄.미친 사람처럼 망령됨)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옳니 그르니 할 계제가 아니다. 헤쳐나갈 길은 우리 몫인 것이다. 그러니 어쩌겠나. 아부라도 해서 이 위망(危亡)을 벗어난다면 이 역시 전에 있지 않은 행운일 것이다.

이재명은 80년 내려온 검찰청을 폐지하고, 국가기관을 없애고, 다른 모습으로 바꾸기도 하려 한다. 게다가 더민당은 대법원장 탄핵을 들먹이다가 마침내 청문회에 부르는 용맹을 보이는 데에 머뭇대지 않았고, 그 당 대표는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이냐는 점령군적 발언을 하는 데에 어려워하지도 않았다.

국중(國中)에 소리 없는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인데, 이재명의 뜻이 아니다면 감히 가능하겠나. 어쨌거나 갈아엎고, 바꾸고, 새롭게 하는 열정으로 보아 이재명은 나라와 휴척(休戚.편안함과 근심)을 함께 하고, 안위를 함께할 위인으로 모자람이 없다 하겠다. 박정희 각하도 부러워할 그의 애국혼을 여느 대통령에 비긴다면 그 자체로서 이재명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다. 저런 과감성과 열정과 용맹으로 미국과의 문제에서도 정면승부 하면 길이 열릴 것이며 지치(至治.매우 잘 다스려진 정치)를 이룰 것이다.

처음 미국이 우리에게 버거운 투자를 요구할 때와 현대차 근로자를 구금할 때에 “동맹에 이럴 수 있냐.”는 말이 신문마다에 나왔었다. 그러나 이젠 아무도 ‘동맹’이란 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은 ‘국난(國難)’이다. 짓쳐들어올 국난에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요 집권당이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국난을 벗어나게 해야 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대통령으로서의 책무가 있는 것이다. 그 책무에 소위 ‘자주파’가 끼어들면 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고로 도모하는 장수는 강경파를 배제해 왔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대로 안에서만 일 잘하는 사람은 있지 않다. 안에서 잘하면 밖에서도 잘한다. 그러한데 일 잘하는 이재명이 왜 트럼프를 피했나?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면 도리어 쥐가 고양이에게 덤비듯 맞서야 한다. 145명의 정상이 모였다는 트럼프의 환영 만찬,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는 거기에 이재명도 줄을 서면 코가 깎이나? 또 이재명의 부인은 트럼프 부인 멜라리아 옆좌석에 배정됐음에도 왜 불참했나? ‘강약약강’형의 트럼프가 이재명을 어떻다 여기겠나.

“명철한 임금은 자기 몸을 낮추어 스스로를 다스리고 겸허로써 사물을 받아들였으므로 높아도 위태하지 않으며, 가득히 차도 넘치지 않아서, 국운의 장구함을 이루었으니, 그렇지 않았다면 이와 반대가 되었을 것이다.” -고려사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