周恩來도 죽으면서 “앞으로 100년 동안은 미국에 개기지 말라”고 했다잖은가. <국익을 위해서라면>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두 가지 기사 제목이 묘한 느낌과 함께 모순 감정도 일으킨다. 하나의 제목은《李대통령, 美재무에 "한국, 日과 달라…관세협상 고려해야“》이고, 다른 하나의 제목은 이것이다.《트럼프의 환영 만찬… 정상 145명 문전성시, 李대통령은 불참》

저기서 말한 ‘美재무’는 미국 재무부장관을 이를 것이다. 비록 작은 나라의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큰 나라이지만 장관은 장관이다. 대통령이 겨우 상대국 장관 따위나 만나서 "한국, 日과 달라…관세 협상 고려해야“란 말, 곧 사정(事情) 같아 보이는 말을 해야만 했을까? 게다가 한국이 일본과 다름을 모를 사람이 없는데 하나마나한 말을 함으로써 관세 협상이 잘 되리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장관은 결정권자도 아닌데 말이다. 여기에 혹자는 이렇게 반론할 것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무언들 못하겠나?“ 하면서 ”대통령이 장관에게도 저렇게 한 것은 백번 박수 받을 일인데 잘하는 일에 고춧가루 뿌리지 말라.“

옳은 말이다 그러니 이 글을 쓴다.

트럼프의 환영 만찬에 외국 정상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단다. 그러나 ‘李대통령은 불참’이라고 돼 있다. 왜 불참했을까? 여러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참석할 필요가 없어서 불참했을 수 있을 것이고, 다른 약속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고, 트럼프를 보기 싫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고, 피곤해서 쉬기 위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저렇더라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작대기를 짚고서라도 참석할 일이다. 만찬장에 가서 트럼프에게 장관한테 했던 저 말을 할 일이다. 트럼프가 싫어하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릴 일이다. 혹 트럼프가 피하면 가로막아 서서 들어달라고 말할 일이다. 그러면 행여 트럼프가 감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처럼 작은 일에도 벌컥하는 사람은 작은 일에도 감동을 먹는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145명의 외국 정상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무뢰한으로 보일까? 애국자로 보일까. 내 생각에는 눈물 어린 애국자로 볼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씻고 보는 이마다 “알고 보니 진정한 애국자였구나.”했을 것이다.

요컨대 내 말은, 꼭 저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고 그래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사람마다에게 국익을 위해 자신을 버려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르다. 범인(凡人)은 하지 못하는 일을 함으로써 인망(人望)에 합하게 된다. 갯가 노생이 무얼 안다고 감히 나랏일에 훈수를 하겠냐만, “국익을 위해서라면”을 앞세우고 반론할 것에 대해 재반론을 혼자서 해 봤을 뿐이다.

늙은 변민(邊民)은 날만 새면 낚시대를 메고 갯가를 얼쩡댄다. 어쩌다가 ‘물때’가 좋은 날은 한 망태 가득 잡아 온다. 앞집과 뒷집에 나누어 주면 “아이고, 할배.” 하며 좋아한다. 좋아하는 그게 좋아서 갯가를 더 헤매인다. 이러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 괜찮은 사람과 잘하는 사람만 있다면 세상을 어찌 아름답다 하리오.

아참. ‘물때’라 말하니 생각이 나는데 우리나라의 밀물과 썰물이 하루에 두 번씩 들고나고 하는 때를 체계적으로 알아내고 정리한 사람은 우리 조상이 아니고 6·25 당시의 미군이었다 5천 년 동안 정리하지 않은 것을 남의 나라 전쟁을 해주러 온 사람들이 했다. 인정상, 의리상으로도 그들에게 개기지 않는 게 좋겠다. 주은래도 죽으면서 “앞으로 100년 동안은 미국에 개기지 말라.”고 했다잖은가. 이걸 시진핑이 그 새를 못참고 어기고 나서서 국력을 허비하고 있다. 물중지대(物重地大)한 나라도 꼬라박는데 하물며 우리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