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구(刑具) 하나에도 ‘인권’ ‘인권’ 해댄다 해서 우리가 의범적(儀範的) 인권국가로 대접될까? 비트켄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고 했다. 나는 이렇게도 말하고 싶다. “인식의 한계는 세계관의 한계다.”

현대차 근로자 300여 명의 문제로 요사이 ‘족쇄’ ‘쇠사슬’이 사람 입에 마구 오르내리고 있다. 심지어 사람이 구금된 것보다 족쇄와 쇠사슬 사용에 더 분노하는 것 같다. 마치 족쇄와 쇠사슬은 반적(叛賊)에게나 쓰는 것인 양 하면서, 다만 이민법(?)에 어긋난 사람들에게 그러다니 하며 분노하는 것이다. 더민당 의원도 성을 낸 글을 썼는데 그러면 이재명이 무능한 치자(治者)가 되고 만다. 한편 이번 일로써 우리가 미국을 향해 인상을 쓰면 도리어 미국이 우리를 형벌권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국가로 얕잡아 볼 것이며 얻어낼 잇속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중범자에게도 저런 형구(刑具)를 사용하지 않으니 낯설어서 그럴 것이나, 우리 행형법(行刑法)에도 족쇄 사용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고 한다. 더구나 미국에선 귀한 장면이 아니다. 이런 형구 하나에도 ‘인권’ ‘인권’ 해 댄다고 해서 우리가 의범적(儀範的) 인권국가로 대접될까? 아닐 것이다. 저런 나라에는 족쇄와 쇠사슬 사용 여부가 인권과는 관계없는 것일 터이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호들갑이 심한 민족으로 보일 것이며 엄살이 많거나 겁이 많은 국민으로 그려질 것이다.

설령 미국의 처사가 지나치더라도 거기에서 일어난 일이니만큼 어쩔 수 없이 속지주의에 의거해 족쇄와 쇠사슬에도 개연(介然)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래야 통이 크고 대범한 나라로 볼 것이다. 상놈이 못하는 일을 하니까 양반이라 하듯이 후진국처럼 놀아서야 어디 선진국이라 하겠나.

우리 외숙이 박정희 각하의 당질(堂姪)과 한 부대서 근무했는데, 그가 벼락이 내리치는데도 그냥 꼿꼿이 앉아 있더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범의 피는 다르더라.”고 이야기했다. 역시 금은 맑은 물에서 나오고 옥은 곤강에서 나는 것이다(金生麗水 玉出崑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