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논객은 틀린 말, 대표적 사실 논객이라 해야. 조갑제 기자와의 인연은 32년 전인 1994년 모스크바 망명지에서부터이다. 이분의 명을 받고 인터뷰하러 온 당시 레닌그라드대 전임강사 황성준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황성준은 운동권 출신으로 조선일보 기자,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한 분이다.

이 때의 인터뷰 즉 1994년 3월부터 귀순자를 탈북자로 최초 부르게 되었다. 이 인터뷰는 특종화되어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학계에서는 북한인권 운동의 시원(始原)이라고까지 한다. 그 기사로 탈북자 구원의 UNHCR 길이 열렸다. 우왕좌왕하던 정부도 이를 해외 탈북자 정책으로 받아들였다. UNHCR 첫 등록자로서 이 감사함을 잊을 수 없다. 하여 살아 있는 분에게 유쾌한 말은 아니지만 그 분 묘에 감사비를 세워 영원히 기리려 한다. 100만 원 안짝이면 요즘 돌판에 사진과 글을 레이저로 새길 수 있다.

조갑제라는 이름은 신기하게도 북한에서부터 익숙한 이름이다. 탈북하기 전까지 있었던 양강도 김정숙군 풍향리에 조갑제란 동명인이 있었다. 이분은 농업 연구에 특이한 기질이 있어 평농민이지만 연구원으로 있었다. 농업 연구를 함께 하는 분이니 당연히 인연이 깊었다. 이런 조갑제 이름을 모스크바에서 다시 접했으니 말이다.

남조선의 조갑제도 알고 보니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역사의 줄기를 바꿀 만큼 특종을 가장 많이 낸 기자이다. 한편 북한 문제에 가장 많이 관심 갖는 기자이다. 55년 경력 기자에다 80이란 나이도 무겁다.

이렇게 존경하는 분이지만 3년 전 감히 <공격>한 적이 있다. <적화통일>을 되뇌이시기에 비판한 것이다. 전기가 없어 블랙홀인 북한이 찍힌 야밤 한반도 인공위성 사진과 인민군 목탄차 등을 보이며 지적했다. 경제력이 곧 군사력인데 남한의 고흥군 경제력밖에 안되는 북한이 무슨 힘이 있어 적화통일이냐고 반박 드린 것이다. 그 후 통일 글자를 지우면서 딴나라로 살자는 김정은 정권으로 증명한다.

지적은 3년 전인데 그때부터 조갑제는 <적화통일>을 되뇌이지 않는다. 80살에 55년 기자경력이면 꼰대를 부릴 만도 하시다. 하지만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인다. 꼰대가 아닌 것이 이분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좌우익보다 사실에 충실한 분이기에 가능하다. 대표적 보수 논객이란 말은 틀린 말이다. 대표적 사실 논객이라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