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거리도 아닌 것을 논란 삼는 것은 먹고서 일 없는 사람이나 할 짓. 작년 얼추 이맘 때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

“역대 최악 더위를 기록한 올해 여름, 강·하천 주변이나 공원에서 웃옷을 벗은 채 운동하는 남성들이 늘어나 민원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썼다

“아무리 민원이 쏟아지더라도 법률로 금하지 않는 한 웃통 벗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헬스 대회 자체가 공연성(公演性) 경기이고, 그 운동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근육 운동을 하는 사람은 기회와 핑계가 생기면 어떻게든 웃통을 벗으려고 한다. 사람이 많은 곳이면 더 그런다. 일요일마다 ‘무학산’에 올라오는, 한 젊은이가 매번 덥다는 핑계로 웃옷을 벗어들고 올라온다. 이러는데 운동 기구가 준비된 공원에서야 오죽 벗겼나.” 늙은 나도 목욕탕에 갈 땐 근육이 커보이도록 집에서 근육 펌핑을 하고 가니까 더 할 말도 없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시청 소속 女선수가 복근 사진 올려"…중징계 요구 민원 논란》

내용인즉 제목대로, 여자 역도 선수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자기의 복근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중징계를 요구하는 민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거리도 아닌 것을 갖고 논란 삼는 것은 먹고서 일 없는 사람이나 할 짓이다. 남자가 웃통을 벗고 대흉근을 내보이는 것이나 여자가 옷을 살짝 들추고 복근을 보이는 것이나 매한가지이며 여자의 복근 사진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이걸 갖고 중징계를 하라면, 오늘 조선일보에 “난해한 옷도 찰떡같이 소화…김혜수, 변함 없는 S라인 자랑”이란 제목 아래에 다 벗다시피 한 여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사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단지 시청 소속이란 이유로 복근 보인 것을 트집 잡으면 사람 차별이고 직업 차별이라 하겠다. 한편 이해가 조금 더딘 점이 있다. 저 선수의 발언이다. 기사는 이렇다.

“시청 소속이라도 말로만 공무원이고, 우린 그냥 시청 소속 직장운동부다. 공무원 취급도 못 받는다. (시에서는) 신경도 안 쓴다.”

시청 소속이니 월급을 탈 것이고 월급을 타는데도 시청의 신경 씀을 당하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꿀직장이 아닌가? 공무원 취급도 못 받는다는 말도 했는데, 공무원 취급을 못 받는 게 아니라 운동부라서 특별 대우 하느라 간섭을 안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세금으로 월급을 주지 않나. 저렇게 말하면 세금 내는 국민의 입장에선 저 선수가 민원질을 당한 것만큼 불쾌할 수 있다. 젊은이의 발언에서 씁쓸한 격세지감을 느낀다. 우리가 운동할 땐 운동부를 둔 직장은 있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인간이 근육 자랑을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공부 좀 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구글의 AI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인간이 근육 자랑을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AI의 대답이 이렇게 나왔다.

'인간이 근육을 자랑하는 주된 원인은 신체적 매력과 건강함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근육은 힘, 민첩성, 건강함, 자기 관리 능력 등의 긍정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겨지며, 이는 사회적 지위나 매력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또한, 근육이 잘 발달된 신체는 개인에게 자신감과 만족감을 주고, 사회생활에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유도하여 근육 자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AI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철학적 인간학과 문명사적으로 물었는데 기계는 하나마나한 대답, 판에 박힌 소리나 했다. 기계는 묻는 대로나 대답할 뿐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거나 질문의 깊은 뜻을 파악하여 대답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물었다. “인간이 근육 자랑을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인간학과 문명사적 입장에서 설명해 줄 수 있나요.” AI는 아무 대답도 안 했다. 기계에게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알면 아는 대로 대답해 주고, 모르면 모른다는 대답이라도 하고, 이도저도 아니면 “엿 같은 질문이라서 대답 안 할란다.”라는 말이라도 해 주는 것이 대답하는 자의 본령이 아닌가.

역시 기계는 기계였다. 나 혼자서 끙끙대며 알아봐야겠다. “새들이 우는 속을 알아보련다.” 했고, “물방아 도는 역사 알아보련다.”고 했는데 까짓것 근육 자랑하는 마음 하나를 못 알아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