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辭典)을 가까이 하면 말도 늘고 글도 는다. 사고(思考)도 늘 것이다. 누구나가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지금 그렇다. 그래서 끄적인다는 말대로 되는 대로 쓴다. 평생 잊지 못하는 선생님이 있다. 이 분 덕택으로 내가 글쓰는 취미를 갖게 됐지 싶다. 중학교 2학년 때 영어 선생님이었는데 학생들로 하여금 영어 사전을 호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니게 만들었고, 공부가 하기 싫으면 사전이라도 뒤적여라 말씀하기도 했다. 그리고 숙제로써, 영어 단어 몇 개를 해석한 것을 적어오라면서 한 단어에 하나의 해석만 적지 말고 사전에 나와 있는 해석 모두를 적어오라고 시켰다. 사전을 가까이 하면 말도 늘고 글도 느는 게 사실이다 사고(思考)도 늘 것이다.

어제도 한글 전용의 폐해를 만났다. 한 달에 스무 날 이상은 가는 동네 통술집에 어제도 가서 마셨다. 내가 들어가자마자 먼저 와 있던 동네 젊은 친구 하나가 반가운 듯이 하며 대뜸 “아재 인요가 뭐요?” 했다. 내가 되물었다. “인요가 뭐꼬?” 그가 다시 아재가 조갑제닷컴에 “인요라고 썼던데예.”라 말했다. 그때서야 내가 그저께 썼던 '화합을 구하지 말고 인요(人妖)를 쫓아내야'란 글이 생각났다. 그래서 내가 다시 말했다. “야. 이 자슥아. 혹 모르는 말이 있으면 사전을 찾아야 될끼 아이가.” 그가 “그래도 말해 보소.” 하기에 이렇게 말했다.

‘인요(人妖)’는 글자 그대로 요상한 인간을 말한다. 남자이면서 여장을 하거나 여자 같이 구는 사람. 여자이면서 남자 같이 노는 여자를 말한다. 국힘당이면서 더민당처럼 언동하는 사람. 더민당의 주장에 맞장구치는 국힘당원이 인요가 아니겠나. 그런 자들을 내치라 했던 것이다.

어렵지도 않은 ‘인요’란 단어를 한글전용 탓에 멀쩡한 사람이 제 나라 말도 모르게 된 것이다. 그나마 모르는 말을 알려고 묻는 마음이 곱다. 저런 품성의 사람이 남의 지혜도 자기 지혜로 만든다.

당나라 때 초서(草書)의 명인. 장욱(張旭)이 하루는 기생집에 가서, 칼춤 잘 추기로 이름난 기생 공손(公孫)의 칼춤을 구경했다. 거기서 깨달아 춤추는 기법을 자기의 초서에 적용한 후 초서가 더욱 늘었다는 고사가 있다. 남의 훌륭한 솜씨를 보면 자기 분야의 기량도 그에 준하여 발전하는 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