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거칠게 하면 행동도 따라 거칠어지고 마침내 사람도 거기에 닮아버린다. 어제(8.19)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었다.《"1919년 건국 부정은 내란" 정청래가 기름 부은 역사 전쟁》기사의 머리글이 이렇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대한민국의 건국 연도를 정부가 수립된 1948년으로 보는 건 “역사 내란”이라고 18일 말했다.“

조갑제닷컴에 실린 최보식 씨의 칼럼'《1919년 건국 부정' 김대중·노무현은 역사내란 세력!…정청래의 쿠데타》를 읽어보면,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건국 50년사는 영광과 오욕이 함께 했던 파란의 시기"라며 "제2의 건국운동에 동참하자"고 역설했다고 돼 있다.

이어서 노무현 대통령도 2003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는 58년 전 일본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되고 3년 후에는 민주공화국을 세웠다"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설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나온다.

김대중 노무현이 누군가? 김대중은 현재의 더민당의 조사(祖師)라 말할 만하고, 노무현 역시 더민당의 ‘정신’이라 말한다고 해서 더민당이 성을 낼 까닭은 없을 것이다.

그렇건만 정청래는 "1919년 건국 부정은 내란"이라 말하여, 조사의 주장을 감히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고 ‘정신’의 발언도 외면하는 듯했다. 이것만으로도 ‘참람’이란 말이 어울리겠는데 한발 더 나아가 ‘내란’이라 하였으니 지하에 잠든 김대중과 노무현이 놀라 깨어서 히떡 자빠질 일이다.

여당 대표가 되면 한갓 민풍(民風)과 상속(尙俗)에 관련된 말일지라도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정권과 당에 해(害)가 되거늘, 오히려 자기 당의 조사와 ‘정신’의 주장에 거칠게 맞선 형태이니 더민당의 하부(下部)는 말할 것도 없고 구경꾼도 저 집구석이 왜 저러지? 하고 물을 판이다. 스스로 윤기(倫紀)를 다잡아야 할 대표가 이와같이 윤리와 기강을 흔들면 이 다음에 대표가 된 사람 또한 정청래 대표의 주장을 깔고 앉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성립된다.

조선 선비들은 인약(仁弱)하여 나라를 말아먹었다. 그렇지만 500년을 갔다. 반면에 강강(強剛)한 더민당 정권은 5년을 가기 어려워 보인다. 정청래는 지나치게 빡세서 정권과 당에 벌어들이는 것보다 까먹는 게 많아 보인다. 이대로라면 5년을 못 다 채울 수 있다. 아버지가 자식을 나무라면 어머니가 보기 싫어하고, 어머니가 자식을 나무라면 아버지가 보기 싫어 한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자식을 나무라면 어떻게 되겠나. 대통령이 매우 강하고 당대표 또한 독하니 국민은 보기 싫은 것을 넘어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대통령과 당 대표의 사람 됨됨이가 원래 투쟁적이며 강성인지 아니면 괜히 말만 강하게 하는 척 하는 것인지는 타인이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말을 거칠게 하다 보면 행동도 따라서 거칠어지고 마침내 사람도 거기에 닮아버린다는 점이다. 이제 대통령이고 당 대표이니 말을 부드럽게 하더라도 효과는 태산 같아진다. 대통령과 대표의 손이 짧아서 못할 일이 있겠는가.

대통령이 너무 강하지 말고 좀 부드러우면 그보다 좋은 일이 또 있지 않겠지만 자기 방탄이 걸려있으니 도리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이때는 당 대표가 나긋나긋해지는 도리밖에 없다. 스스로의 말버릇을 버리기 어려워 힘들기는 할 것이다. 천만 번 그렇더라도 이제부터라도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 뒤를 삼가지 않음이 처음과 같아서야 위태하지 않은 입신(立身)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