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않는 사람과 반제(返濟) 않은 두 사람이 사면됐다. 오늘 아침에 인터넷판 조선일보를 여니 이 기사 제목이 가장 크게, 높이 달려있다.《지방선거 변수로…'돌아온 조국'에 술렁이는 여권》여기에 달린 소제목은 이렇다.〈서울·부산시장, 계양을 보선 나갈수도 범여권 권력 구도 경쟁 치열해져〉

조국이란 자는 최종심 유죄선고를 받고서도 자기는 죄 없다며 반성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윤미향, 횡령금 반환도 안 해"란 제목의 기사도 바로 저 기사 아래에 있다. 반성 않는 사람과 반제(返濟) 않은 저 두 사람이 사면됐다고 한다.

기독교는 물론 모든 종교가 자기 죄의 용서를 빌라고 가르치며 용서받기 위해서는 먼저 통회⸱참회⸱반성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으면 배상하라고 또한 가르친다. 조화옹에게 지은 죄도 반성 없이는 용서받을 수 없거늘 하물며 사람이 사람에게 끼친 죄에서이겠나. 용서받기 위해선 먼저 반성해야 함이 상식이고, 법관의 잣대이다. 대개 법관은 반성 유무에 따라 형의 선고를 달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과 윤미향을 사면했다. 슬프게도 언론도 정권에 발맞추었다. 반성 없는 자의 사면에 대한 정권의 억지와 독단과 교만을 질타해야 할 때에 도리어 한술 더 떠서 ‘서울·부산시장, 계양을 보선 나갈 수도’라 하여 바람잡이 역할을 해주었고, ‘범여권 권력 구도 경쟁 치열해져’라고 말하여 기정사실화해 주었고, 그들이 무엇이기나 한 것처럼 나팔까지 불어주었다. 원님 행차를 알리는 나팔을.

“반성 없는 자에 대한 용서는 용서가 아니라 아첨이다.”는 격언이 아침부터 생각난다.

오래전, 하버드 대학교 교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이란 사람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우리나라에서 날개 달린 듯이 팔렸었다. 정의가 사막같이 메마른 한국에서 뜻밖의 일이었는데 그 까닭을 모르다가 조국과 윤미향을 사면해 주는 것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한국에는 두 개의 정의가 있다. 지배자의 정의와 피치자의 정의가 다르다.

정의만 따로 있으면 그나마 덜하지만 법도 따로 있다. 이재명을 비롯한 권세가에게는 매양 지연법(遲延法)을 적용하고, 서부지법 난입 사태 같은 장삼이사에게는 속결법(速決法)을 썼다. 이 판에 언론은 너그러움이 아닌 일벌백계를 주문했다.

문재인 이재명과 고위관리⸱판,검사⸱언론⸱기자⸱민노총⸱더민당이 가진 ‘정의’가 다르고 기층민중⸱절름발이⸱곰배팔이⸱실업자⸱실패자⸱국힘당의 정의가 다르며 두 개의 정의가 나라 안에서 같이 존재한다. 법도 두 개라서 각각 다른 법을 적용한다. 법원 역시 그렇다. 전자에게는 아량의 이유를 찾고 후자에게는 엄벌의 이유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