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사면을 결정한 것은 소위 좌파 진영 내 압력에 굴복한 측면. 이재명 대통령의 첫 특별사면은 딱 '두 사람'으로 정권 끝날 때까지 기억될 것이다. '입시비리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위안부 할머니 횡령범' 윤미향 전 국회의원의 사면.

이 대통령은 집권 초 이 논란 많은 두 명을 사면했을 때 불러올 민심 이반과 여론 악화, 그리고 정치적 불이익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면을 결정한 것은 소위 좌파 진영 내 압력에 굴복한 측면이 없지 않다.

조국의 경우 얼마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양산마을을 방문한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공개적으로 사면을 요청한 바 있다. 그 뒤 조국 사면은 거의 기정사실이 됐다. 이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으면 친문 진영(조국혁신당 포함)과의 대결을 뜻하는 것이기에 사면을 해주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뒤 수감생활을 해오던 조국 전 대표는 8개월 만에 석방된다. 동시에 복권도 이뤄져 정치 활동이 재개된다. 조국은 차기 대선주자군에 포함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은 호남 등에서 민주당과 경쟁할지 모른다.

조국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됐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최강욱 전 의원도 같이 사면됐다.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형이 확정됐던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 경우, 추미애 의원이 앞장을 섰고 이해찬 전 대표가 뒤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면에는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민주당 윤건영 의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범여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다만 광복절 사면을 직접 요청했던 '불법 대북송금' 사건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향후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입에서 어떤 폭로가 나올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야권에서는 홍문종·정찬민·심학봉 전 의원 등이 사면·복권 대상에 올렸다. 바로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민원을 전달하는 휴대폰 문자에 담겼던 인사들이다. 어떤 측면에서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조국과 윤미향 사면을 도와준 셈이다.

기업인으로는 횡령 배임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던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포함됐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대외협력담당 전무 등이 사면복권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만 7년째 형을 살고 있는 최순실씨는 사면되지 않았다.

이번 전체 사면 대상자는 83만6687명이다. 이렇게 숫자가 많은 것은 정보통신공사업, 식품접객업, 생계형 어업,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83만 4499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가 포함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