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태생적으로 고마움을 모르는 선천성 댕큐결핍증 환자들이 아닐까. 며칠을 망설이다 욕 먹을 각오로 쓴다. 내 마음 편하자고. 내 성격 그대로 아주 솔직하게.

우리 민족은 태생적으로 고마움을 모르는 선천성 댕큐결핍증 환자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 생각이 확신처럼 굳어졌다. 아버지가 아들을 그 아내와 어린 손주가 보는 앞에서 총으로 쏴 죽였다. 그것도 자기 생일상을 차려준 아들 집에서. 요즘 세상에 시아버지 생일상을 집에서 차려주는 며느리가 있다는 사실이 나는 더 놀라운데…그 며느리의 남편인 자기 아들을 며느리가 보는 앞에서 총살을 하다니.

그 아비는 평생을 무직으로 살았단다. 아비의 아내인 아들의 엄마는 미용관련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을 했고, 그 덕분에 이혼한 지 20년이 더 되는 지금도 그 아비는 성공한 아내 명의의 70평짜리 아파트에 홀로 산단다.

프로파일러가 아니더라도 범행동기와 그 심리의 형성과정이 대충 그려진다. 아비는 상당 기간 동안 아내에 대한 열등감과 자격지심, 피해의식에 시달려왔으리라. 유달리 남녀가 유별한 사회에서 조성돼온 face culture는 아내가 남편보다 잘나 보이는 것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주변에서도 많이 본다. 개천에서 용난 경우. 아무리 그 용과 그 부인이 최선을 다해 부모와 형제들을 도와도 그들은 고마워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더 잘 해주지 않는다고 푸념하고, 부족하다고 계속 더 요구한다. 자기들은 의무이행도 안 하면서. 주구장창 용의 부인을 욕한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원 가정과 새 가족이 모두 다 산산히 부서진다. 총소리와 함께. '자기 책임'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 모든 것이 '너 때문'이라는 사회. 타인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내 허상만 중요한 체면지상주의, Face Culture가 초래한 범죄다.

이번 아비의 아들 총살 사건은. 나에게 주어진 것,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모르는 선천적 댕큐결핍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 사회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 깊숙히 들어와있는 마약과 함께 사제 폭발물, 사제 총기는 점점 더 우리 사회를 어지럽힐 것이다.

모든 것은 다 '니 탓'이니까. 절대로 감사할 줄을 모르니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매일 서로를 헐뜯으며 싸울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