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190은 될 듯, 늘씬한 키에 잘 생긴 수십 명의 군인들이 앉아있거나 서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다 40여 명은 제식훈련하듯이 구령에 맞춰 왔다갔다 하는데, 그 위로 초록색 보라색 조명도 켜져다 꺼졌다 하며 천장을 길게 훑어내렸다.
아하~~~아마도 오늘 제헌절 행사 예행연습을 하는 듯했다. 내 기억이 보잘 것 없기는 하지만, 오래 전, 십 수 년 전에 내가 참석했던 제헌절 기념식에 군인들이 무슨 역할을 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초라하고 쓸쓸했던 제헌절 기념식밖에 군인들이 뭘 하던 기억은 나지 않았다.
너~~무 훤칠하고,
너~~무 잘 생겨서,
곁에 다가가 '뭐하는 거냐',
'무슨 일이냐', 묻지도 못 했다.
그러니 그 멋진 젊은이들이 제헌절 행사 용으로 차출된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내가 모르겠으나~~~문재인 정부 때부터 모든 정부주최 행사가 왠만한 언론사 프로그램보다 더 쇼쇼쇼처럼 화려해지고 있으니, 오늘 제헌절 행사 중에 병정들 코너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요즘 대한민국에
헌법이 존재하는가?
헌법이 작동하는가?
하는 의구심은 물밀듯이 들더라.
헌법에 5번이나 등장하는 '통일', 그것도 대통령 선서에 분명하게 들어있는 단어를 여기저기서 빼버리려 하고,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의무조항조차 높으신 분들부터 형해화시키는 인사청문회를 어제, 그것도 국회 현장에서 보고있자니 헌법학자 출신으로서 심한 자괴감이 들더라.
행사만 화려하게 하면 뭐하나? 3·1절, 제헌절, 광복절 등 '절'자 붙은 대한민국 최고의 국경일 중에 유일하게 제헌절만 공휴일도 아니고, 헌법에 관심도 없고, 웬만한 나라에는 다 있는 '헌법의 아버지들'도 대한민국엔 없는 걸.
고저장단도 없어진 돼데뒈대 한국어 발음 속에는 헌법 憲法이 허언법, 낡은 법이 된 지 이미 오래인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