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은 있지만 도덕성이 흠결된 사람을 선택하면 안된다. <하나님은 어떤 그릇을 대통령으로 쓸까>

삼십여년 전 대통령 선거 때였다. 그때 나는 대통령 직속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상관이 이런 지시를 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우화가 있잖아? 거북이가 이기게 할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찾아봐.”

참 엉뚱한 지시였다. 어떤 배경인지는 몰라도 대통령 선거의 연설 중에 그런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열심히 거북이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자료를 찾던 중에 남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나왔다는 한 아이의 이런 대답이 있었다.

“토끼와 거북이를 물에서 경주하게 하면 돼요. 그러면 거북이가 이겨요.”

나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한 번도 거북이가 물에 사는 동물이고 토끼는 육지에 산다는 걸 생각하지 않았었다. 토끼와 거북이는 사는 세계가 달랐다. 엊그제 한 방송에서 정치 원로인 분이 나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국가 지도자의 요건은 도덕성과 효율성이죠. 김문수는 정직하고 꾸미지 않는 사람입니다. 효율성은 구체적으로 국정을 수행할 능력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헝크러뜨린 복잡한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려면 도덕성보다는 효율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은 상황판단이 빠르고 사회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정치 원로는 무게중심을 효율성에 두었다. 당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선대위원장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벌써 반환점을 돌아오는 토끼고 김문수 후보는 진땀 흘리며 한참 뒤에서 따라가는 거북이 같았다. 토끼를 물로 끌어들이고 헤엄으로 시합을 해야 할 거북이가 진흙탕 속인 정당에서 허우적거리다 나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내 경우는 대통령의 도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대통령 직속 기관에서 일해봤다. 일개 부품이었지만 관찰자로서의 눈은 있었다. 군 출신 대통령들은 집무실에서 재벌들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 챙겼다. 임기 후에도 그 돈을 챙겼다. 그건 뇌물이었다. 그들은 경제성장이라는 효율성으로 그들의 범죄를 덮을 수 없었다. 나는 문민 대통령이 재벌들로부터 거액의 당선축하금을 받는 걸 봤다. 순수한 축하일까. 그 돈 안에 낚시 바늘은 없었을까. 대통령들은 왜 그 돈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늘에서 세탁을 했을까. 그것 역시 뇌물성을 가지고 있었다. 경제공동체인 아들까지 해서 깨끗한 대통령이 없었다. 회사원 출신의 대통령을 두고 국정원장이 분노를 쏟아내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대통령직을 사적 이익에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아주 근거없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돈을 많이 챙기는 대통령들은 국정에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했다.

나는 지난번 대선에서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나태해서가 아니라 찍을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로 구속 기소한 검사였다. 나는 박근혜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국정원장의 변호사였다. 직접 사건을 처리하면서 수사 기록을 보니까 그건 뇌물이 아니었다. 공소장의 행간에서 정치검사의 야망과 부도덕을 발견했다.

이재명 후보가 형수를 욕하는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그의 무도덕을 들여다봤다. 여배우와의 스캔들도 그랬다. 도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 여배우의 변호사였다. 찍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나는 영혼이 깨끗한 사람이 국가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우리는 물질적으로 잘살게 됐다. 인간은 빵으로만 살 수 없다. 국가도 경제만이 다가 아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었을까. 거기에는 도덕성이 빠져 있었다. 개인이나 국가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됐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당선만 되면 목적을 달성한 것이었다. 하나님은 인간을 각자 다르게 만들어 놨다. 금 그릇, 은 그릇도 만들고 흙 그릇도 만들었다. 하나님은 어떤 그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까. 나는 깨끗한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은 있지만 도덕성이 흠결된 사람을 선택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도덕성 있는 사람이 능력을 가지도록 도와줘야 한다. 깨끗함을 유지하면 하나님이 능력과 복을 주신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