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인연이 소멸될 때가 되면 저절로 소멸된다. 오늘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한동훈 "국힘, 尹부부와 절연해야…이기기 위해 싸워달라"》

이름 꽤나 날리는 정치인이 저런 말을 입밖에 내었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의 인간성과 윤리성이 어떤 수준인지 짐작케 한다. 국민이 아무렇지 않게 듣고 있으니 저런 말을 했을 것이다. 함부로 저런 말을 내뱉는 자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 국민은 나라의 원수에게도 돌을 던지지 못할 것이다.

윤석열이 탄핵당하고 파면됐으니 설혹 그가 죄당만사의 죄인일지라도 죗값을 다 치른 것이다. 그런 그에게 '절연'까지 하자고 주장한 사람이 법률가다니 변호사인 이재명이가 불법을 저지른 것보다 더 해 보인다.

유위전변(有爲轉變). 세상만사는 인연에 의해 일어나고 또 인연은 항상 변한다는 불가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인연을 만들지도 말고 피하지도 말라고 한다. 한동훈이가 “국힘, 尹부부와 절연해야”라고 말하지 않아도 인연이 소멸될 때가 되면 저절로 소멸된다. 다시 또 때가 되면 새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은 그저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내가 어쩌지 못할 세상사는 흘러가게 그냥 놔두면 된다. 이래야 세인으로부터 욕을 얻어먹지 않게 되고, 또 마음 건강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개인 간의 인연도 그러한데 한동훈이 지가 무엇이관데 정당 차원에서 尹 부부와 절연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설혹 그것이 국힘당의 당론이라 할지라도 한동훈이는 말려야 정상이 아닌가. 한동훈 이름 석 자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오로지 윤석열 덕분인데 도리어 저러니 그의 인간성이 의심된다. 내 이름은 동네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나 같은 하천배보다 못한 마음씀씀이로 보인다.

내 말을 해서 안 됐지만 이야기의 전개상 말하겠다. 나는 박근혜가 윤석열을 향해 “어떻게 사람을 그리 더럽게 만드느냐?”는 항의를 할 때부터 尹이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줄기차게 그를 ”만세의 원수“라 했고 그런 글도 여기에 써올렸었다. 그래서 비난과 욕도 좀 들었다. 이런 나도 尹의 불행에 마음이 언짢은데 어찌 한동훈이가…

한동훈이가 진정 정치를 할 양이면 원수에 대한 증오심도 덮어놓을 줄 알아야 하는데 하물며 윤은 한동훈의 은인 아니랴. 김문수를 보라. 권성동으로부터 일생일대의 천대(賤待)를 당했지만 그래도 그를 내치지 않고 오히려 선거대책위원장에 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