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사람들이란 전제를 깔고서 그들을 바라본 것 아닐까?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C컷]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단한 현실》

제목 바로 아래엔 흑인 두 명이 나란히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사진이 있다.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사람들인 듯하고, 그들이 밥을 먹고 있는데 왜 “외국인 노동자의 고단한 현실”이란 제목이 붙었을까 싶어서 혹시나 살펴보니 부식이 부실해 보이지도 않고 밥도 풍성해 보인다. 그런데도 노동자의 고단한 현실이라 했다. 이해가 안 되어서 사진에 달린 캡션을 보니 이렇게 돼 있다.

“경기도 화성의 철 구조물 공장 구내식당에서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두 명의 가나 출신 외국인 노동자. 3백명이 넘게 앉을 수 있는 큰 식당에서 이들은 늘 구석에 앉아 식사를 했다. 2017년/ 사진가 심학철”

캡션을 읽고서야 넓은 식당에서 늘 구석자리에 앉아 먹는 것을 두고 “노동자들의 고단한 현실”이라 한 것으로 느껴졌다. 과연 그렇다면 배부른 소리가 아닐까? 혹은 저 흑인들이 불쌍한 사람들이란 전제를 깔고서 그들을 바라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서만도 300명 정도가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밥을 먹는데 저 흑인들만 꼭 짚어서 '고단한 현실'이라 말할 게 뭐 있나? 새벽 인력 시장에는 한국인들이 일자리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것만으로도 자기네 나라에선 선택된 사람일 수 있다. 늘 구석자리에 가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택했을 수 있다. 자기들이 편하고자 그렇게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모습을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단한 현실”로 바라본 것은 서투른 동정심이 아닐까? 사실이다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병적 연민 기제가 삽인된 동정이라 하겠다.

물론 마음이 비단결 같은 사람은 외노자를 그렇게 보기도 할 것이고 그걸 탓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흑인이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 “한국에 가서 피부를 버려놓았다.”말하는 사람이 있다 한다. 우리가 그들을 설익은 동정심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눈치챘을 때 그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