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험(靈驗)한 무당의 경고.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몰려드는 강남의 유명한 여자 점쟁이가 있다. 장군 신이 들렸다는 그녀는 한 인간의 운명을 기가 막히게 알아맞힌다는 것이다. 어떻게나 손님들이 몰리는지 그녀는 강남에 빌딩을 가질 정도로 부자가 됐다. 법률문제를 처리해 준 인연으로 그녀와 속 얘기를 나눌 정도로 친숙해졌을 때였다.

“도대체 어떻게 사람들의 미래를 압니까?”
나는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내가 모시는 장군신에게 매일 기도를 드립니다. 저는 미래를 물어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미리 그의 사진을 한 장 가지고 오라고 해요. 새벽이나 이른 아침 신기(神氣)가 강할 때 내게 온 사람의 사진을 내 앞 방바닥의 사발에 담겨있는 청수에 넣으면 순간 한 장면이 환상같이 보여요. 그걸 해석해 주는 거죠. 솔직히 말해서 찾아오는 사람마다 다 그런 게 아니 예요. 하루에 한 명이나 많아야 두 명 정도죠. 나머지는 대충 눈치를 보면서 그럴듯하게 둘러대요.”

그녀는 자신에게 내린 장군 신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여러 귀신이 있는 것 같다. 성경을 보면 귀신들린 사람이 점을 보는 얘기들이 더러 나온다. 왕인 사울이 무녀를 찾아간다. 그 순간 죽은 예언자 사무엘이 지하에서 올라와 왕의 죽음을 알린다.

점쟁이가 장군 신을 섬기듯 나는 성령을 믿는다. 성령은 예수의 영이기도 하다. 예수는 자신이 성령이 되겠다고 하고 죽었다. 그가 죽은 후 길을 가던 바울에게 예수의 영이 나타났다. 제자들에게도 나타나 그들의 운명을 이끌었다. 성경은 그런 예수의 영을 받으라고 한다. 성령이 자신의 영혼에 들어오면 더 이상 자기가 아니라고 했다. 불경한 생각인지는 몰라도 무당의 신내림과 성령이 내리는 것은 구조가 비슷한 느낌이다. 내가 장군신을 모신다는 그녀에게 물었다.

“나는 성령이 내게 들어오기를 바라는 예수쟁이인데 성령에 대해서 아세요? 아신다면 성령과 장군 신의 차이에 대해 말씀해 주셨으면 하는데.”

“그럼요 성령을 당연히 알죠. 성령이 영의 세계에서는 가장 크고 힘 있는 영이예요. 성령을 믿으시는 건 아주 잘하는 일이예요. 그렇지만 저는 장군 신에 잡혀 평생 벗어날 수가 없어요. 저 같은 사람의 운명은 어떤가 그 비밀을 하나 가르쳐 드릴까요?”

남의 운명을 알려주는 점쟁이의 운명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앞날을 알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녀의 다음 말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 세상의 신을 모시면 재물도 주고 지위도 줍니다. 당장 저만 해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기술도 없는데 강남의 한가운데 빌딩을 가질 정도로 장군신이 재물을 줬어요. 수많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게 해주고요. 귀신을 잘 섬기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같은 권력도 가질 수 있어요. 그런데 이 귀신놀음의 특징이 있어요. 끝까지 잘되게 해주지를 않고 꼭 마지막 어느 순간에 패대기를 쳐서 망하게 하는 거예요. 저는 가끔씩 일이 끝나고 술을 마시는데 그럴 때 정신을 잃은 적이 있어요. 깨어보면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던 적이 있어요. 귀신을 모시는 마지막이 이렇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암시같은 느낌이 들었죠. 성령은 그렇게 마지막에 패대기를 쳐버리지는 않을 겁니다.”

무당의 입을 통해 귀중한 진리를 배우는 순간이었다. 성경은 성령이 주는 아홉가지 열매를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샤머니즘인지도 모른다. 교회에 나가면서도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어쩔 수 없는 우리 민족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원형인지도 모른다. 철학이나 진리보다는 점쟁이의 한 마디가 더 권위적으로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후에서 활동하는 무속인에 대한 뉴스를 보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의 손바닥에 새긴 왕(王)자가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었다. 그는 운의 상승기류를 타고 높이 높이 솟아올라 왕이 됐다. 그러다 지금 어이없이 패대기쳐져 어두운 감옥으로 갈 위기에 처해 있다. 내게 말해줬던 무당의 말이 떠오른다. 귀신은 끝까지 잘해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나와 알고 지내던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부부의 집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그 부인이 무속인에게 가서 비방을 듣고 방의 가구 배치까지 바꾸었다고 했다. 부정을 탈까봐 남편과의 관계도 맺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그가 높이 들어 올려졌다가 마지막 순간 허망하게 패대기쳐지는 걸 직접 봤다.

성경을 보면 사탄이 예수에게 나타나 자기에게 무릎을 꿇으면 권력과 재물을 주겠다고 했다. 예수는 그걸 거절했다. 지도자가 될 사람은 귀신에게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