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제든 내각제든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제도다. 조선일보도 이러면 안 된다. 우익에 기대서 우익을 표방하여 성장한 조선일보가 박근혜 탄핵에 이어 또다시 우익을 욕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를 절독하겠다 하겠다 하면서도 차마 절독하지 못했는데 이젠 정말 끊어야겠다.

그제는 한국 정치사에 '차떼기'란 오명을 남겼고 세 번의 대선에서 모두 패배한 이회창 씨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더니만 같은 맥락에서 오늘도 이런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계엄·탄핵, 원로 인터뷰]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 "제왕적 대통령 문제지만…좋은 제도도 사람이 지키느냐에 달려"》

'87체제' 이후 우익이 집권한 때는 반드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이 나왔다. 저 말을 함으로써 대통령을 비판하고 힘을 빼버리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좌익이 집권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란 말은 사라지고 사용되지 않는다. 하나의 제도를 놓고 자기네 유, 불리를 따져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기에 정치철학이란 게 있어 보이는가? 문재인의 처 김정숙이에게는 꼬박꼬박 영부인이라 말한 자들이 검건희 씨에겐 '씨'도 붙이지 않고 그냥 ‘김건희’라 부른다.

제왕적 대통령제란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 폐해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못 보았다. 대통령제의 어느 조항이 독소조항이니 그걸 개정하자는 말은 못하고 그냥 뭉뚱그려 제왕적 대통령제라 말하고 만다. 독소조항이 없다는 말이 될 것이다. 대통령제든 내각제든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제도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것에 어찌 완전함이 있겠나? 어떤 체제이든 그걸 운용하는 사람의 양심과 인격과 능력에 달린 문제이지 옳다 나쁘다 할 바가 아닌데도 ‘제왕적 대통령제’ 운운하는 것은 다만 대통령을 욕보이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진실로 우리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한다면 대통령이 계엄을 할 필요도 없고 탄핵당할 일도 없고 피의자 신세가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 나라엔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제왕적 국회'가 있다. 이른바 '독재'를 겪었다보니 대통령의 권한은 대폭 축소하고 국회의 권능은 대폭 신장한 것이 87체제 곧 지금의 국회를 만든 것이다. 대표적인 게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없앤 것과 계엄 요건을 엄격하게 것이다. 반면에 국회에는 계엄해제요구권을 만들어 주었다.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고, 장관을 탄핵하고, 검사를 탄핵하고, 방통위장을 탄핵하고, 감사원장을 탄핵하고, 판사를 겁박하고, 국무위원 5명을 탄핵하여 국무회의를 못 열게 하겠다는데도,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말하니 길가에 선 돌미륵이 웃을 판이다.

정상배들이야 으레 하는 소리니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릴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과 언론이 제왕적 대통령제라 하는 데는 속이 다 울렁거린다. 윤석열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다가 이젠 도리어 30%대로 치솟았다. 무슨 의미이겠는가? 이 의미를 더민당이 외면하고 무시하는 것은 비극을 자초하는 짓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