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독재에선 아랫 사람들이 불우한데 정상(頂上)이 불편한 남한 민주인가 싶기도 하다. 나도 이젠 이 땅에서 참 오래 살았구나 싶다. 2004년부터 투표권을 가진 자유 시민의 삶을 살며 자살하거나, 구속되거나 탄핵당한 대통령들, 이제는 계엄의 대통령까지 보았으니 말이다. 북한 독재에선 아랫 사람들이 불우한데 정상이 불편한 남한 민주인가 싶기도 하다.

내란이 없던 북한에서 살았던 탓일까? 아니면 이러한 남한의 평화에 익숙해져서인가? 나는 솔직히 계엄에서의 승리를 자축하는 여의도 인파가 딱히 승리한 것 같아 보이질 않는다. 그들의 흥분에 내 정서를 보탠다는 오해를 줄까. 그 주변에 가는 것도 두렵다.

오히려 그들이 외치는 탄핵의 분노만 섬뜩하게 들릴 뿐, 참말로 이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들에 의해 구원됐다는 안도감은 느끼지 않는다. 왜? 한국의 광장은 평소에도 나라가 당장 망할 것처럼 주야로 늘 들끓지 않았던가?

한국에서 살며 내가 평소 느꼈던 불편은 좌파의 일상적 내란이었다. 걸핏하면 광장을 점거하고, 죽창 들고, 얼마나 광범위한 허위와 폭력을 일삼았던가. 무기만 들지 않았을 뿐, 저들과 다르면 누구든 배신자, 매국노로 못 박으며 공갈성 테러도 정당화하지 않았던가.

그 대표적인 내란이 광우병 촛불시위였다. 그날의 촛불 본심은 대중에게 거짓과 폭력을 선동한 좌파의 정권 찬탈 내란이었다. 그날의 광장에서 나는 촛불 들고 국민의 요구라며 울먹이는 철부지의 얼굴을 보고 경악했다. 마치도 수령 신격화에 세뇌된 북한 아이의 눈물을 보는 것 같아서였다.

법치 위에 오만하게 군림한 좌파의 절대적 애국심과 민주주의 강요, 그리고 거기에 맹신하는 그쪽 시민들을 보면 기가 차다. 남북한은 똑같이 이념사회란 말인가? 북한은 주체이념, 남한은 좌파이념, 그래서 북한은 수령독재, 남한은 좌파 독재인가?

출발 시점도 비슷하다. 북한은 김일성의 부풀려진 '항일업적', 남한의 좌파도 그 비슷한 시점부터 우리 민족 역사의 절대 기준을 못 박고 있다. 그 뒤의 건국이나 전승, 산업화의 기적들은 상대적으로 하찮은 것들로 치부한다. 아니 친일 잔재나 부패의 전형으로 매도하고, 오로지 저들만이 중심인 민주주의를 온통 우상화하고 있다.

역사를 독점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왜곡이고 비논리인데 그 창피마저 모르는 듯싶다. 민주주의가 겸손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도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오늘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입법독재로 행정부를 마비시킨 탄핵더불당의 권력이 독재이지 그게 어떻게 민주 국회인가?

북한 주민의 인권은 외면하고, 김정은 정권에게만 화해의 추파를 던지는 한국 좌파가 어떻게 진짜 민주 세력인가? 물론 나는 군을 동원한 방식의 윤 대통령 계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란은 문자 그대로 아래서 위를 향하는 것이다. 정말로 윤 대통령이 내란을 했다면 그거야말로 현시대 진짜 폭력의 정상은 더불어작당들이라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