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넝쿨에 가지가 달리지 않는다. <문다혜. 왜 영 다르게 보였을까>

〈'검찰 소환조사 불응' 문다혜, 출장·유선 조사도 거부〉이는 어제(11.12) 조선일보의 한 기사 제목이다. 기사의 허두는 이렇다.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사건의 핵심 참고인인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검찰 소환 조사에 불응한 데 이어 검찰의 출장·유선 조사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출장 조사도, 유선 조사도 거부한 것은 검찰 조사 자체를 거부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검찰을 우습게 보았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참으로 용부(勇婦·용감한 부인)라 하겠는데 그 용기는 어디서 기인했을까? 전직 대통령의 딸이라는 데서 솟은 용기라 답하면 잘못일까? 문다혜의 저런 태도는 결국 자기 아비에게 욕이 되어 돌아가고 그런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에도 누가 된다. 한편 저렇게 완강히 뻗대는 것은 차마 말하기 힘든 사정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는데 그래도 전직 대통령의 딸이란 신분적 의무감에서도 조사는 받아야 한다.

아비가 자식에게 세상살이와 세상 이치를 마음먹고 가르쳤다면, 그 아비도 국가 경영자였었는데 자식이 국가기관의 조사를 어찌 뻗대서 잘못을 면탈하려 하겠나. 혹 부모는 성심으로 가르쳤지만 자식이 엇발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마는 그래도 가르친 보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식에게 아비가 의범(儀範·모범이 될 만한 예의범절)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하기가 어렵게 됐다. 아비가 평소 엄위(嚴威)했다면 감히 딸자식이 저러겠나. 나도 자식을 잘못 가르쳐 걱정이 많지만 대업을 이룬 사람은 필부와 다르다. 다만 오이 넝쿨에 가지가 달리지 않는다는 말은 해 주고 싶다. 왕대밭에 왕대 나고 졸대밭에 졸대 나는 것뿐인 것이다.

전(前) 대통령의 딸이라고 해서 장차 검찰에 끌려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때에 당하는 우세는 범부의 자식이 당하는 우세와는 다를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자식을 크게 꾸짖으면 딸이 두려운 마음을 갖고 태도를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아비부터가 그렇게 할 것 같지 않아 보이니, 보는 이로 하여금 저런 자품(資稟·타고난 바탕과 성품)에 대통령질을 어떻게 했을까 하는 회의가 들게 하는 것이다.

“법 위에 사람 없고 법 밑에 사람 없다”는 격언을 학교에서 배우고 자란 우리 눈에는 문다혜의 언동이 놀랍고 기이하다. 그가 보여 준 놀라움이 한둘이 아닌데 그중에서도 크게 놀란 것은, 검찰 조사에 지금 ‘배째라’로 버티는 것과 얼마 전 비 오는 날에 검찰이든가 어딘가에 출두하여 변호사가 그에게 우산을 받쳐줄 때 TV 화면에 잠시 나온 그의 얼굴 모습이다.

그전에는 신문에 실린 그의 얼굴만 보았는데 얼굴이 넓적하고 통통해서, 부잣집 맏며느리 같았고, 세도 높은 가문의 종부(宗婦) 같아도 보였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뻔뻔하게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줄 안다. 그런데 그날 본 그의 얼굴은 도리어 갸름하며 갸날퍼 보이는 게 타인의 눈길과 동정을 끌고도 남을 인상이었다. 그렇게 이미 아름다움은 소유하고 있는 바 여기에 훌륭함만 보탠다면 유감을 말할 이가 어디 있겠으며 혹 아비의 부덕(不德)도 옅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어찌하여 오래도록 신문에 실려 오던 사진과 실제 모습이 저리도 다르게 보일 수 있을까 하며 그 까닭을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나의 관찰안과 지능으로썬 답을 얻지 못했다. 왜 사람이 영 딴판으로 다르게 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