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절반을 비만인으로 모는 이런 수치가 왜 필요한가? 미안하지만 내 개인사를 말하겠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겸연쩍다. 굳이 변명하건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이야기의 전개상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엎드려 바란다.

나는 어려서부터 어떤 체급경기의 선수 생활을 조금 했다. 물론 못 먹고 살던 시기였다 그 판국에도 나는 이상하게 몸무게가 많이 나갔다. 예를 들어, 나의 키를 기준으로 하면 라이트 웰터급으로 뛰면 적당한데도 체중이 많이 나가서 웰터급이나 라이트 미들급으로 뛰어야 했다. 그래서 체중 감량으로 고생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나에 비해서 엄청 큰 사람과 싸우려니 그 핸디캡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조선일보의 오늘 만물상 제목은〈비만 기준 변화〉이다. 물론 저 당시에는 비만이란 말도, 체질량지수(BMI)란 개념도 있지 않았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던 시절에 비만은 오히려 건강의 상징이었고 살찌는 약을 선전하던 시대였으니 야윈 사람이 도리어 별종(別種)이었던 것이다.

나는 한 달에 두어 번 동네 병원에 가서 체질량지수를 재어보는데 그때마다 25가 나온다. 25는 이미 비만이니 재어볼 때마다 불쾌해진다. 나 같이 천성적으로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을 비만으로 쳐버리는 사회가 야속했던 것이다. 25를 비만 기준으로 삼은 탓에 우리나라의 남자 48%가 비만이다고 한다. 남자의 절반을 비만인으로 모는 이런 수치가 왜 필요한가? 이러니 멀쩡한 아가씨가 지방 제거 수술을 받다가 죽기도 하는 것이다.

미국은 비만 기준이 30이고 중국도 28로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왜 많이 낮추어 25로 잡았을까? 왜 25 이상이면 비만인으로 몰게 됐을까? 미국이나 중국의 기준대로 하자면 우리나라는 날씬한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살 빼는 약을 사 먹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비만 기준을 27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방 제거 수술대 위에서 사망한 사람은 얼마나 억울하겠나. 나도 저울 위에 올라섰다가 내려올 때마다 “내가 비만이라니?”하며 성을 내지 않아도 된다.

곁들여 말하지만, 우리나라의 고혈압 기준도 얼마 전까지는 120/80으로 지나치게 낮았다. 그래서 140/90㎜Hg으로 상향 조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마당에 의학계에선 도로 낮추어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 제약회사와 병원만 기쁠 것이다. 비만 기준을 지나치게 낮추어 잡은 탓에 남자 국민의 48%가 자기가 비만인 것을 감추고 산다. 절반 가까운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혹 병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의 비만 기준이 지나치게 낫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알게 됐으니 비만 기준을 고쳐야 마땅하겠고 만약 그대로 둔다면 어느 국민이 그 수치에 공감하겠나. 정부에 대한 불신만 쌓일 뿐이다.

문재인은 변두리 고속화 도로의 제한 속도를 70km로 낮추었다. 과속으로 인한 과태료를 울거내는 목적 말고는 없는 줄 안다. 윤석열이 당선인 신분일 때 정권인수위원회가 80km로 원래대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했으면서도 안 한다. 우리나라는 왜 낮추기만 하나? 제한이 많은 나라 치고 선진국인 나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