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못마땅하긴 한데 그렇게 말하기는 내 처지에 힘든다”라 했다면…
<에라이. 이 자슥아. 이기 수사 결과가 응?>
이 참에 경상도 사람의 특성 하나를 말한다. 경상도는 앗싸리다. 이는 처음 말하는 것도 아니고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말이다. 앗싸리는 ‘산뜻하게’, ‘깨끗이’란 일본어이다.
오늘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金 여사 무혐의’ 보고받은 檢총장 “드릴 말씀 없다”〉검찰총장이 돼가지고 자기 부하들이 수사한 결과에 대해 타당하면 타당하다. 못마땅하면 못마땅하다고 말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드릴 말씀 없다”라니? 무언가 못마땅한 게 있기는 있는데 말하기가 힘든다는 뉘앙스를 자아내게 하는 말로 보인다. 만약 못마땅하면 이렇게라도 말할 일이다. “못마땅하긴 한데 그렇게 말하기는 내 처지에 힘든다” 이렇게 말하면 용기라도 있고, 정직성이라도 있다 하겠다. 그가 전라도 출신이다는 말을 들었다.
마침 오늘 동아일보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워 여러 가지를 생칵케 하는 기사가 하나 있다. 제목은 이렇다.〈‘어떻게 오셨어요’ 공무원 인사가 몰상식?…민원 올린 주민 논란 [e글e글]〉창원에 사는 한 아지매가 민원을 넣었는데 내용인즉 행정복지센터에 민원이 있어서 갔더니 직원이 “무슨 일로 오셨어요?” 혹은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묻는 자세가 몰상식해 보인다는 것이다.
얼핏보면 직원이 “무슨 일로 오셨어요?” 혹은 “어떻게 오셨어요?”라는 말로써 응대한 것은 당연하달 수 있다. 더욱이 글로 저렇게 써놓으면 어디 한 군데라도 하자가 없다. 그러나 경상도 말은 말의 액센트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동일한 말이라도 긍정이 되기도 하고 부정이 되기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 아지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만약에 직원이 웃거나 친절한 자세로써 “무슨 일로 오셨어요?” 혹은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말했을 때는 당연히 긍정적 인사요 응대다. 그러나 그가 부루퉁한 얼굴이나 성이 난 어조로 저 말을 했을 땐 왜 왔느냐고 따지는 말이 돼버린다. 이런 점을 민원서류에 기술했더라면 온라인에서 논란거리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 아지매는 공무원의 인사에도 몰상식하다 말했으니 검찰총장 발언은 어떠한가를 반추해 볼 대목이다.
법률은 분석하고 따지는 것이다. 그래서 법률가는 잘 분석하고 잘 따지는 사람이다. 따지는 데에 이력이 붙었을 검찰총장이 자기 부하의 수사 결과에 “드릴 말씀이 없다”라 말한 건 검찰총장의 체통이 아니다. 국민에 대한 예의도, 부하에 대한 모범도 아니라 하겠다. 행여 다른 목적을 갖고 따져서 저렇게 말했다면 더 할 말은 없다. 그렇더라도 앗싸리 하는 경상도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욕봤다” 아니면 “에라이. 이 자슥아. 이기 수사 결과가 응?”
검찰총장이 “드릴 말씀 없다”라니?
- 무학산(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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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23,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