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에 대한 조선일보·미디어오늘 기사의 오류

모태(母胎)인 '5·16장학회' 출범과 김지태의 재산 헌납 과정 .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공영방송법 개정을 둘러싸고 MBC의 민영화 논의와 정수장학회 명칭이 자주 신문보도에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7월27일자 'MBC 민영화의 모든 것'(취재기자 윤유경)을 보도하면서 MBC의 30% 주주인 '정수장학회'의 명칭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正'과 육영수 여사의 '修'를 인용하여 '正修奬學會'로 作名하였다고 주장했다. 또 정수장학의 실제 소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단정했다.

조선일보도 8월5일자 '정수장학회 이사장에 허원제 내정'(취재기자 박수찬)이란 기사에서 "정수장학회는 1962년 출범한 5·16 장학회가 모태다. 1982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이름에서 '정'자와 '수'자를 따서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바꿨다."라고 보도했다.

사실관계과 다르다는 주장이 오래 전에 제기됐음에도 조선일보와 미디어오늘이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나태한 신문기자들의 게으른 행태이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때 야당인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면서 "정수장학회는 박정희가 김지태의 재산을 빼앗아 설립한 5·16 장학회가 전신(前身)"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문재인 후보의 허위 주장에 대해 2012년 10월23일 종편채널 '채널A'의 시사 프로그램 '쾌도난마'(진행 박종진)에 출연한 이기창 변호사는 '정수(正修)'라는 명칭은 박정희의 正자와 육영수의 修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박정희 대통령의 신년 휘호인 '정심수기(正心修己)'에 근거한다고 증언했다. 정심수기란 '바른 마음으로 자신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새해가 되면 해마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며 신년휘호(新年揮毫)를 발표하고 글로도 썼다. 민정비서실의 건의를 받아들여 박 대통령이 쓴 휘호가 '정심수기(正心修己)'라고 밝혔다. '정심수기(正心修己)'란 중국고전(古典) '대학'의 7장(大學,7章)"에 소상하게 나온다. 원문을 요약,소개한다.

<소위수신(所謂修身)이:이른바 몸을 닦음이
재정기심자(在正其心者)는:그 마음을 바르게 함에 있다는 것은
(중략)
심재불언(心在不焉)이면:마음이 있지 아니하면
시이불견(視而不見)하며:보아도 보이지 않고
(중략)
차유수신(此謂修身)이:이래서 몸을 닦음이
재정기심(在正其心)이니라:그 마음을 바르게 함에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기창 변호사는 1974년부터 7년간 대통령 비서실 민정 비서관을 지냈고 판사와 군 법무관 등의 경력이 있다.

1982년 1월6일 '5·16장학회' 임시의사회 회의록은 구체적 설명 없이 "이미 정수(正修)로 합의된 바 있고"라고만 기록하고 있다. 명칭 변경을 위해 5·16장학회 이사회는 여러 차례 논의를 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전두환 정권이 언론통폐합 특별조치를 하면서 MBC에 대한 5·16장학회의 지분 100%를 30%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명칭 변경도 이루어진 것으로 볼 때 이기창 민정비서관의 증언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기창 비서관의 증언과는 달리 김대중 정권의 '국정원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보고서'는 아무런 근거 없이 "1982년 1월 박정희, 육영수의 이름을 따서 '정수장학회'로 명칭을 변경한 후"로만 애매하게 기록하고 있다.

국정원과거사진상조사위원이었던 한홍구(성공회대학 교수)도 그의 책 '장물바구니' 237쪽에 5·16장학회가 정수장학회로 명칭이 바뀐 것에 대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정은 박정희 이름의 정에서, 수는 육영수의 수에서 따온 것"이라고 일방적 주장을 했다. 제시한 자료는 없다.

'정수장학회'는 엄연한 공익 장학재단이다. 아직도 '정수장학회'가 특정 개인의 사유물(私有物)인 양 보도하고 있는 일부 언론은 역사를 잘못 기록하고 있다. 정수장학화의 모태(母胎)인 '5·16장학회'는 당시 혁명정부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후진국의 발전은 인재양성에 있음을 자각하고 설립한 국가기관 형태의 공익재단이었다.

한홍구는 '장물바구니'에서 "김지태도 5·16장학회는 준국가기관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적었다. 5·16장학회가 마치 박정희가 김지태의 재산을 빼앗아 설립한 것처럼 언론과 좌파들이 공격하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5·16장학회는1962년 3·1독립운동의 숨은 공로자로 존경받고 있던 선교사 프랑크. W. 스코필드 박사(한국명 석호필)가 박정희 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인재 양성의 중요함을 건의해 설립된 것이다. 스코필드 박사는 즉석에서 기금 37만2500환을 쾌척하기도 했다.이 돈이 종자가 되어 이병철, 정주영, 김연수, 정재호 등 기업인들이 11억 환 조성에 동참했다.

한참 뒤에 김지태는 외환관리법 위반, 밀수, 농지법 위반, 재혼한 부인 S여인에게 선물한 백색 다이어반지 7캐럿 밀수혐의 등으로 재판받는 피의자 신분이었다. 김지태는 속죄의 의미로 서울MBC, 부산MBC, 부산일보 등 3개 언론사를 국가에 헌납했다. 이들 언론사는 당시 자본잠식이 무려 900%였다.(정수장학회 30년사 자료). 돈 안되는 빚더미에 올라 있었다.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김지태가 헌납한 재산을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해 격론 끝에 장학재단 기금으로 전용하도록 조치했다. 김지태가 직접 5·16 재단에 출연한 것이 아니다. 김지태 유족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재산반환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부분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태는 국가에 재산을 헌납했을 뿐 특정개인이나 단체에 기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반환소송 상대는 정수장학회가 아니라 국가이기 때문에 패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명칭과 김지태의 재산 국가헌납 과정이 제대로 알려지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정수장학회와 김지태와의 관계에 대한 책으로는 필자가 저술한 '정수장학회와 다이어반지'도 있고 한홍구가 쓴 '장물바구니'도 있다. 어느 쪽이 사실에 더 접근해 있는지 읽어 보면 판단이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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