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초(秒)와 7초의 침묵 의미를 AI가 분석하게 하면 어떨까>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4초(秒) 뒤에 답변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번 검찰인사가 '검찰총장 패싱'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받고 7초(秒) 동안 뜸을 들였다.

4초와 7초 뒤 답변에 대한 언론의 분석과 견해는 각각이다. 윤 대통령의 잠시 머뭇거린 답변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섭섭함'에 대한 표현이고 李 검찰총장의 잠깐 주춤거림은 '인사 불만'에 대한 표출이라고 언론은 나름대로의 분석기사를 보도했다.

'4초와 7초'는 아주 짧은 시간이다. 순간이다. 갑작스런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뭇거리거나 더듬거릴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 앞에 앉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방송인들이나, 질문을 예상하고 준비 상태에 있던 경우엔 즉각 답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검찰총장 같은 고위공직자들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답변을 잠깐이라도 주저하게 되면 언론을 비롯한 호사가(好事家)들은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특히 정치판의 경쟁자들은 공격하고 물어뜯는 데 이골이 나 있다. 어느 한 쪽의 얘기만 들어보면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당사자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어보면 각도가 다른 뉘앙스를 느낄 수도 있다.

흔히들 '침묵은 금(金)이요, 웅변은 은(銀)'이라고 말한다. 말이 많은 것보다 말이 적은 것이 낫다는 뜻으로 모두들 새겨듣는다. 최근의 한 실례로 국회의장 선출 문제로 민주당의 추미애 당선자가 마치 자신이 국회의장 후보자로 내정이나 된 것처럼 "이재명 대표의 명심(明心)은 어차피 추미애"라며 요란하게 떠들고 다녔지만 실제 투표에선 우원식이 과반 이상 득표로 선정된 것이 망신살의 좋은 본보기라고 하겠다.

또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막말 수준의 언어폭력을 퍼부으면서 날마다 횡설수설 떠들어대고 있는 것도 비슷한 사례라고 하겠다. 국민의힘 대표 출마 적격자로 여론조사에서 한동훈은 무려 48%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홍준표는 기껏 4~5% 수준이다. 결국 홍준표나 추미애 같은 말성꾸러기 정치인들은 말로써 말이 많다. 자신들이 내뱉은 말 때문에 정치생명을 망치고 마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5월16일자 조선일보 상설칼럼 '萬物相'에 김광일 논설위원의 '침묵으로 말하기'란 글이 실렸다.

<어느 날 스티브 잡스가 애플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에 섰다. 2년 반 동안 이 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첫 마디 운을 띄운 후 잡스는 무려 7초 동안이나 침묵했다. 청중들의 눈빛이 기대와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뒷날 그는 이렇게 적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프리젠테이션 룸,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그들을 내가 원하는 곳까지 데려갈 것인가. 잡스는 이런 침묵 화법을 자주 써 먹었다. 아마 우연일 것이다. 그제 이원석 검찰총장도 검사장들 인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7초간 입을 다물었다.…TV에선 3초 이상 침묵하면 방송사고로 친다. 일본어로 마(間)가 뜬다고 한다. 이 총장이 무려 7초간 말을 끊은 사이 실시간 중계를 하던 방송사 스튜디오에도 묘한 긴장감이 흘렀으나 사고라는 생각은 안했다. 때로는 화려한 말재주보다 질의 응답이 여백과 제스처 같은 '말 사이'에 훨씬 중요한 메시지가 담기기 때문이다.…>

'4초와 7초'의 침묵에 대한 의미까지 밝혀내야 하는 한국 언론의 사명은 과연 사실과 진실보도에 과연 충실한가?

15일자 조선일보 1면에 '0.3초 만에 대답, 인간 같은 新인류 AI'란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지능(AI)'이 인간보다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음은 놀라운 사실이다. 인간이 AI로부터 도움을 받고 의지해야 할 첨단시대는 벌써 우리 앞에 도래했다. 이제 정치도 지저분한 정치 곤충들에게 맡기지 말고 AI가 통제하고 관리하게 하는 게 어떨까? 4초와 7초의 기다림에 대한 의미 해석을 AI가 분석하게 하는 하는 '정치의 시간 경제화'는 어려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