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후보자의 대법원장 탄핵 주장은 헌법의식 결여의 결과>
김민석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2026. 3. 임기만료로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제청을 미루는 것이 직무유기라는 이유입니다.
김민석 후보자의 발언은 자신이 국무총리로서 행사했던 국무위원 및 행정각부의 장에 대한 제청권과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권에 대한 헌법적 의미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삼권분립은 헌법의 대원칙입니다. 국회와 행정부, 사법부가 상호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룸으로써 헌법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이 정한 권력구조입니다. 행정부와 사법부가 상호 견제하는 장치 중의 하나가 최고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되 대법원장의 제청을 필요로 하도록 한 것입니다.
헌법상 대통령의 공직 임명에 제청권자의 제청을 거치도록 한 것은
1. 국무총리의 제청에 의한 국무위원과 행정각부의 장 임명(헌법 87조 1항, 94조)
2. 감사원장의 제청에 의한 감사위원 임명(헌법 98조 3항)
3. 대법원장의 제청에 의한 대법관 임명(헌법 104조 2항)
입니다.
삼권분립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위 각 제청권은 헌법적 의미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국무총리의 제청권은 제헌헌법 당시에는 없었으나 1962년 헌법개정 당시 국무총리에게도 내각구성에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헌법에 규정되었습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며(헌법 86조 2항), 국무위원 역시 국정에 관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는(헌법 87조 2항) 자리이므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권한일 뿐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권은 헌법이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규정한 핵심 장치입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여 26명으로 늘리고 그 중 22명을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중 임명하도록 법원조직법을 개정했습니다.
대법원의 사건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대법관을 증원한다고 하면서 정작 증원은 법 시행 2년 후부터 하겠다는 겁니다. 이는 내년 6월 조희대 대법원장의 정년 퇴임을 기다려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새 대법원장이 증원된 대법관을 제청하도록 하여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권을 통하여 사법부 독립을 확보하려는 헌법적 기능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러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꼼수는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권이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핵심 장치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제한하는가]
법원조직법은(41조의2)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을 위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3배수 이상의 대법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대법관으로서의 자격은 검증되었으니 그 후보자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려고 하면 대법원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제청권을 행사하여야 하며 이에 따르지 않는 것은 제청권한의 남용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앞서 말한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권한의 헌법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견해입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여야 하나(법원조직법 41조의27항)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한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들 가운데에서도 최적의 인물을 제청하는 것이 헌법이 사법부 독립을 위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책무입니다.
[대법관 공백 장기화/감사원장의 감사위원 제청권과 관련한 소회]
노태악 대법관 퇴임 후 대법관 공석이 약 5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감사원장 재직시에도 감사위원 임명에 대한 임명권자와의 견해 차이로 9개월 가까이 감사위원이 공석이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감사원장의 감사위원 제청권 역시 헌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헌법상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어어 삼권분립 원칙과는 다른 차원이지만, 감사원장이나 감사위원은 대통령의 보좌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감사원장의 감사위원제청권은 직무상 독립성(감사원법 2조 1항)이 요구되는 감사원을 대통령이 함부로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헌법상 장치이고 국무총리의 국무위원제청권과는 헌법적 의미가 다릅니다.
감사원장의 감사위원제청권의 헌법적 위상은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권과 국무총리의 국무위원제청권 사이에 있지만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권과 좀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제가 감사원장 재직 당시 감사위원 제청 과정에서 3차례 임명권자와 이견이 있어 감사위원 제청이 2개월, 길게는 9개월까지 지연된 일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차례는 임명권자께서 의견을 바꿔주셨고 한 차례는 제가 임명권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제청권을 행사하였습니다.
이러한 감사위원 제청과정에서의 마찰에 대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장기간의 감사위원 공백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감사원장의 감사위원제청권은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헌법이 감사원장에게 부여한 책무라고 생각하고 이를 지키려고 했습니다.
[대법원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충분히 협의하되 사법부의 독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독자적으로 제청권을 행사해야]
감사위원 제청으로 임명권자와 마찰이 있을 당시 감사원 내부에서는 임명권자의 의중과 관계없이 제청을 감행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을 강조하자면 그럴 수도 있었겠으나 저는 감사원이 대법원과는 달리 대통령 소속으로 되어 있는 헌법 구조를 고려할 때 임명권자와 협의되지 않은 제청권 행사는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통령실과의 긴장관계가 길어지기는 했으나 결국 앞서 말한 바와 같이 2차례는 임명권자가 제가 지적하는 문제점이 없는 분으로 후보자를 변경하였고, 한 차례는 제가 임명권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감사위원을 제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대통령 소속이 아닌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다른 어떤 것보다 사법부의 독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대법관제청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임명권자와 제청권자의 상호 존중과 충분한 협의가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다면, 헌법의 구조와 제청권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사와 다르더라도 자신의 헌법적 판단에 따라 후보자를 제청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이 예정한 역할에 부합합니다.
더욱이 이미 대법관후보추천회의에서 추천한 후보자들 가운데에서 대법원장의 판단에 의한 최적임자를 제청한다면 대법원장이 자의적으로 제청권을 행사했다고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대통령의 의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입니다. 그 독립을 지키는 핵심장치가 대법관제청권입니다. 대통령과 민주당은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대법원장에 대한 반헌법적 공격을 그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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