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MBC는 이렇게 보도했다.
<법치와 상식의 가치를 무너뜨린 극우 세력, 이들의 망상적 언동에 편승하는 여당. 이제는 옳고 그름의 기준마저 흐려진 요즘, '대통령 파면은 역사의 순리'라고 잘라 말하는 대표적 보수 논객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협박과 조롱이 난무하는 세태 속에서도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까닭은 뭔지, 윤수한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원로 보수 논객으로 손꼽히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12.3 비상계엄 직후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역적'이고 국민의힘은 '이적단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오늘은 '대통령 파면이 역사의 순리'라고 말했습니다.
"계엄 사태의 본질은 윤석열 대통령의 민주공화국에 대한 공격이고, 그런 점에서 역사 발전에 대한 반동이라고 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을 감싸기만 해왔던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의 '만장일치' 파면을 장담하며, 그렇지 않으면 '혁명 수준의 민중 항쟁'이 일어날 거라 우려합니다.
"(헌법재판관) 8대0으로 (윤 대통령이) 파면이 되는 것이 명약관화한 것처럼 만약에 그 반대 때 그런 제2의 4.19가 일어나는 것은 명명백백합니다."
내란을 옹호하는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에선 '변절자' '기회주의자'라 비난하고 조롱합니다.
[전광훈 씨 (오늘)]
"내가 김진 논설위원하고 굉장히 친한 사이고.. 이따가 전화해서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내가 다시 한번 확인을..."

하지만 보수 대표 논객들의 일관된 비판은 그야말로 헌법적 상식의 귀결일 뿐입니다.
[조갑제/전 월간조선 편집장 (오늘)]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가 대통령과 국군 통수권자를 겸하는 상황은 '좀비 영화'에서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계엄 옹호론자들을 향해 "이념이 아닌 진영의 노예들"이라 일갈한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 음모론 전파에 앞장서는 대통령과 극우에 잘 보이려 애쓰는 여당을 보며, 독재 '파시즘'의 막이 올랐다고 걱정합니다.
[정규재/전 한국경제 주필 (오늘)]
"전부 사실 음모론으로 구성돼 있거든요. 이 (대통령의) 연설들이 나오면서 보수를 불을 지르고 파시스트적 열정을 지금 깨어나게 하고 있는 겁니다."
광기 어린 폭력과 테러의 복판에서도, 법치와 자유를 신봉하는 보수의 가치가 아직 실종되지 않았음을 일깨웁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

조갑제 정규재 김진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베테랑 정통 기자 출신이다. 세 사람의 언론 생활을 합산하면 120년이 넘는다. 세 사람은 지난 수십 년간 저널리즘의 원칙과 함께 보수적 가치관을 유지했다. 즉 사실과 법과 자유를 가장 중요한 정치적 윤리적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사실우선주의 입장에서 진영논리에 묶이지 않고 與野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비판적 자세를 견지했다. 그 자연스런 논리적 귀결로 법치 사실 자유를 말살하고 한국 현대사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김일성 세력과 이들에게 부역하는 한국의 좌파진영 비판을 많이 해왔다.

세 언론인은 2020년 4월 총선 직후부터 번지기 시작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하여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경멸적, 비판적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조갑제 정규재 김진 세 사람은 유튜브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어 활동량이 많다. 특히 정규재 전 주필은 우파 진영에 유튜브 방송을 맨 처음 소개한 사람이다. 세 사람은 윤석열 세력을 거의 역적 수준의 가짜 보수로 본다. 불법계엄과 거짓선동의 수괴 역할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집중적 공격은 헌법과 공화국과 국민교양을 지키기 위한 지식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세 기자는, 보수층의 약30%가 그래도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고 있는데 맨정신을 가진 이들이 보수재건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세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될 것이고 그래야 국가 정상화의 길이 열릴 것이며, 기각되어 복귀하면 제2의 4.19 같은 국민저항에 직면, 결국 물러나는 등 내전적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사람은 "누가 진짜 보수냐"는 話頭를 던지고 매일 공세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한국보수 내의 치열한 노선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知性史의 명장면이 될지 모른다.